
익숙한 공간을 다르게 보는 눈
책방똑똑을 소개하는 슬로건은 ‘공간을 읽는 책방’이다. 공간과 장소를 읽어내는 감각을 기르고 향유하는 방법을 전하는 곳으로, 그 매개체는 책이 된다. 작은 방을 채우고 있는 서가는 공간별로 큐레이션이 되어있다. 건축 관련 책을 비롯해 도시, 학교, 병원, 도서관, 집, 일터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다양한 관점으로 담아낸 책들을 소개한다. 건축과 공간에 집중한 책방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건축을 전공한 책방지기의 삶이 닿아있다. 정은실 대표는 건물을 짓는 일보다 건축에 대한 인식과 시각을 바꾸는 일에 늘 꿈을 두고 있었다. 지금의 책방을 통해 그 역할을 해내며 공간, 사람, 기록 세 개의 키워드를 담아내는 새로운 형태의 책방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간을 읽고 감각하는 경험이 쌓이면 어딜 가서든 그 자리를 즐길 수 있게 돼요. 그럼 익숙하고 지겹다고 느껴지던 나의 동네도 즐거워지죠. 장소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 동네 길거리를 걸을 때조차도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꿈을 안고 책방을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긴 시간 NGO 활동과 함께 설계사무소를 다니던 정 대표는 버거운 서울 살이를 정리하고 전주에 왔다. 2020년 전주사회혁신센터의 공간매니저로 일하며 전주와 인연을 맺고, 잠시 머물 계획이었던 이곳에 어느덧 6년째 정착하고 있다. 지역의 기획자들과 함께 도시재생 관련 프로젝트와 공간 아카이브 전시 등을 진행하고 환경 실천에 앞장서는 불모지장을 기획하는 등 책방지기이기 이전에 그는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활동가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공간도 만났다. 책방똑똑은 2023년 ‘관계안내소 똑똑’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출발했다. 전주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대하는 공간으로 조성된 관계안내소는 지속가능한 형태를 고민하며 ‘책방똑똑’으로 이어졌다.

함께 고민하는 우리 모두의 책방
이곳에서는 책과 사람, 공간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는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이 열린다. 그중에서도 ‘책방의 서문’은 의미가 깊다. 책방의 서문은 작년 1월부터 전주에서 책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달 한 번씩 이야기를 나눈 일명 예비 책방지기들의 모임이다. 책방을 준비하며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설렘을 공유하며 1년이 지난 지금, 모임에 함께한 멤버들은 책보책방부터 프롬투, 조림지, 일요일의 침대, 풀의 유영까지 모두 자신의 책방을 열었다.
“책방을 준비하던 시기 주변에 책방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서로가 경쟁자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각자의 어려움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으면 책방의 환경 자체가 나아지는 기반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지금도 매달 한 번씩 모여서 고민을 나누고 있어요.”
책방똑똑은 일주일 중 목요일 단 하루만 운영된다. 기획자이자 활동가로서 챙겨야할 일들이 많은 탓에 느슨하게, 천천히, 가볍게 공간을 지켜가기로 했다. 대신 문을 여는 하루 동안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온전히 책방에 집중한다. 일부러 목요일을 기다렸다가 찾아와주는 고마운 손님들도 있다. 그런 손님을 마주할 때면 기쁨이 더욱 크다. 그러나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책방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부합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끊임없이 점검하려 한다. 변화를 거듭하더라도, 책방똑똑이 향하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 사람들이 책방의 문턱을 넘으려할 때 어려워하지 않고 더 깊숙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정은실 책방지기
고향인 익산을 떠나 서울에서 NGO활동과 건축 일을 오래 했다. 2020년부터 전주에 정착해 지역과 청년, 공간, 기록,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해오고 있다.
책방 똑똑
#건축 #공간 #사람 #기록
2024년 3월 오픈
전주시 거북바우로 124-7 2층
목 10:00-22:00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