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또, 새로 문 연 동네책방  2025.7월호

보따리에 책과 마음을 담아드립니다

책보책방




가방이 흔하지 않던 옛날, 사람들은 보자기에 책을 싸서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시대가 바뀐 지금은 이제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그 추억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공간이 있다. 전주 전라감영 뒤 한 골목에 들어서면 파란 대문의 작은 책방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은 ‘책보책방’. 이곳에서는 책을 사면 보자기에 담아 건네준다. 책방지기 백선옥 씨가 손수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 보자기다. 정성이 담긴 그 손길 덕분에 책을 사는 일이 나를 위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책보’에는 ‘책만 보는 바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만큼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큐레이션은 백 씨의 마음이 가는 대로, 계절이나 절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뀐다. 덕분에 취향을 타지 않고 누구든 편하게 들러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대신 손때 묻은 중고책이 놓여진 ‘되살림책’ 서가,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서가, 책방지기의 지인들이 기증한 책으로 채워진 승미·은하·현숙·정애의 서재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서가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책방에 머무는 마음과 기억들  

백 씨는 오랜 시간 교직에 몸담았다. 젊은 시절 잠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적도 있었다.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온 그는 퇴직 후 동네의 사랑방을 꿈꾸며 작년 5월 이 작은 책방을 열었다. 꼭 책을 사지 않아도 괜찮으니 오며 가며 편하게, 책과 함께 쉬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인지 푹신한 빈백과 넓은 테이블 등 다른 책방들에 비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그가 꿈꾸던 ‘동네 사랑방’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손님이 그려준 책방의 마스코트 강아지 '별이'의 그림, 새해 첫날 이웃 카페에서 건넨 행운의 네잎클로버, 복은 쓸어담고 화는 쓸어버리라며 손님이 만들어준 빗자루, 작가가 되어 책을 들고 돌아오기로 약속한 꼬마 손님 '봄이'의 편지까지.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책방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아흔 무렵의 할머니 손님이 있으세요. 보건소 근처에 사시는데, 우연히 책방 간판을 보고 들어오셨대요. 그날 제가 <순례 주택>을 선물로 드렸는데 얼마 뒤 친구분과 함께 다시 오셨더라고요. 친구분은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한 권 빌려가셨고요. 연세가 있으신데도 책방에 찾아주시는 모습이 정말 감사하죠. 이런 나들이 손님들이 동네에 더 많아지면 참 좋겠어요."


책을 중심으로 소소한 모임들도 이어지고 있다. 주로 금요일이면 소리내어 책을 읽는 낭독모임이 열린다. 혼자 묵묵히 읽을 때보다 더욱 깊은 울림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은 몇 사람이 남아 함께 밤샘독서를 이어간다. 빈백에 누워 새벽까지 읽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다. 책을 사이에 두고 보내는 따뜻한 시간들. 책보책방은 오늘도 파란 대문을 열고 책과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백선옥 책방지기

책을 사랑하는 국어 선생님으로 살다 작년 2월 퇴직했다. 잠깐의 백수 생활(?)을 즐기고 5월 책방을 열었다. 17개월 된 강아지 별이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책보책방

#보자기  #강아지  #낭독모임 

2025년 5월 오픈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4길 26-5 1층

일·월 휴무 11:00-19:0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