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동네를 밝히는 종합서점
군산 지곡동에 문을 열고 이제 막 1년을 보낸 책방 종이골짜기. 지곡동을 한자로 풀이하면 ‘종이 지(紙)’, ‘골짜기 곡(谷).’ 종이골짜기라는 이름은 곧 책방이 자리한 이 동네를 의미한다. 책이 펼쳐진 모습이 꼭 골짜기와 닮아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덕에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보다는 동네 아이들과 학부모 손님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레 문제집 등을 함께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반은 많이 팔리는 책, 나머지 반은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책으로 채우고 있다. 독립서점보다는 작은 종합서점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는 이곳은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취향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끌리는 키워드, 요즘 나의 마음 상태, 싫어하는 책 스타일 등 몇 가지 질문에 답을 골라 작성하면 1대1 맞춤 책 추천을 해주는 식이다. 취향카드에 적힌 답변을 바탕으로 책방지기가 고심하여 고른 책들은 3일에서 최대 10일의 기간 안에 도서 선정 이유와 줄거리 등을 담아 문자메시지로 전송된다. 단순한 책 추천의 의미도 있지만, 손님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에 작은 위로와 해답을 건네고 싶은 책방지기의 마음이 담긴 따뜻한 서비스다.
독서를 더욱 재밌게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25개의 미션으로 채워진 책빙고 이벤트다. 글보다 그림이 많은 책, 제목에 사람 이름이 들어가는 책, 5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 등 미션에 맞는 책을 구매해 읽고 빙고를 완성하면 원하는 책을 마음껏 골라갈 수 있는 선물이 주어진다.

책으로 주고받는 위로
종이골짜기의 책방지기 김지희 씨는 결혼을 하며 고향인 부안을 떠나 군산에 왔다. 대학에서 법을 전공했지만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가정을 돌보는 일에 더욱 충실했다. 아이의 건강 문제로 병원을 오가는 일도 반복해야 했다. 심적으로 힘들고 지친 시기, 옆을 지켜준 것은 책이었다. 수많은 책을 읽으며 위로 받고 견딜 수 있었다. 그러니 다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때 떠오른 것 역시 책이었다. 일, 가정, 자아 모든 부분을 조금씩 채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니 책방이라는 길이 보였다.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내 시간을 조절하며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근데 집을 둘러보니 어디든 제 주변에는 책이 있었고 내가 제일 친한 건 결국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힘들었던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해줬던 책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더해서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서점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지역 책방들과의 교류도 큰 도움이 되었다. 2017년 문을 연 이후 긴 시간 군산의 책 문화를 지키고 있는 마리서사의 임현주 대표가 멘토의 역할을 했다. 책방 개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도서 배치 방법, 운영 노하우 등의 조언을 얻으며 지금까지 소통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책방지기가 지키는 종이골짜기는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는 무인서점으로 운영된다. 퇴근 후 저녁에만 서점에 들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두는 것이다. 아무런 간섭 없이 편하게 책을 고르고, 한쪽에 마련된 스터디룸에 앉아 마음껏 책을 읽고 가도 좋다. 종이골짜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열려있지 않다. 누구든 들어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동네의 사랑방,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싶다.

김지희 책방지기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다. 아침저녁에는 육아에 집중하고 낮에는 책방지기로서 역할을 다한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전국의 책방을 여행하며 더 나은 공간이 되기 위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종이골짜기
#동네사랑방 #취향카드 #심야운영
2024년 4월 오픈
군산시 계산로 71 동쪽상가
매일 10:00-22:00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