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부안금융조합(사진 국가유산청)
부안군청 앞, 옛 부안금융조합 건물이 2021년 ‘부안역사문화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일제강점기 금융조합의 공식적인 업무는 농업자금의 대부, 곡식 창고보관 등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지만 실상은 지역 경제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단기관 같은 것이었다. 부안에서는 1912년 부안금융조합을 시작으로 줄포금융조합, 상서금융조합, 부안금융조합 백산지소까지 총 3개의 조합과 1개의 지소가 설립됐다. 이들은 간척과 관개사업에 대출을 해주었고, 그로 인한 수확의 이익은 대부분 일본인 지주에게 돌아갔다.
아픈 역사를 지닌 건물은 부안의 선사시대부터 광복 이후 근현대까지의 역사를 모두 아우르는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희귀 사진 자료와 함께 그래픽 패널, 디지털 액자 등을 통해 지역의 옛 모습과 문화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죽막동 유적, 어부들의 안전과 풍어를 관장했다는 개양할미 전설과 수성당, 당산제, 위도띠뱃놀이 등 부안 특유의 해양문화가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불교, 도자기 문화 등 번성했던 '생거부안'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안쪽의 작은 기획전시실에서는 예술을 통해 부안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전시들이 열린다. 지금까지 당산제, 곰소염전, 부안읍성 등이 기획전으로 소개되었다. 판화가 김억, 설치미술가 김순임 등 지역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부안역사문화관 앞쪽으로는 군민들의 모금으로 세운 위안부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 중이다. 소녀상 건립 후 남은 후원금은 상서면 감교리에 자리한 항일 의병 김낙선 의사의 생가로 돌아갔다. 생가 벽면에 그의 얼굴이 그려졌으며, 맞은편 돌담에는 부안 출신 독립유공자, 일제의 감시 대상이었던 인물들의 이름과 얼굴, 부안 의병 운동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잔잔한 시골처럼 보이는 부안은 사실 1862년 농민봉기, 1894년 동학농민혁명 백산대회 등 민중의 저항 정신이 깊이 깃든 고장이다. 이외에도 반일·반독재를 지향한 시인 신석정을 기리는 석정문학관과 그의 생가 ‘청구원’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부안역사문화관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