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새로운 매체의 발견  2025.9월호

‘인스타 매거진’, 잡지의 개념을 바꾸다




성공 요인은 1030세대 취향 저격

인스타 매거진이 있기 전,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매거진은 이미 여러 형태로 존재해왔다. 출판하지 않고 온라인상에 보급되는 웹진이나 정해진 구독자를 대상으로 메일을 발송하는 뉴스레터, 텍스트 중심의 이미지로 정보를 전달하는 카드뉴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앞선 콘텐츠들과 차별되는 인스타 매거진의 매력은 뭘까. 답은 접근성과 취향에 있다. 


인스타그램은 2025년 기준 국내 이용자 수가 월간 2,6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국민의 절반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스타그램 이용자 중 80% 이상이 1030세대라는 점이다. 인스타 매거진은 젊은 층 대부분이 이미 이용하고 있거나 익숙한 인스타그램이 하나의 플랫폼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굳이 검색하고 찾아 나서지 않아도 접속만하면 인스타 매거진을 접하게 된다. 여기에 음악, 영화, 문학, 여행, 패션 등 세분화된 매거진 계정의 등장은 ‘취향’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두는 젊은 층의 공감을 불러 모았다. 


누구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할 수 있기에 진입장벽도 낮다. 기존의 매거진이 심층적인 취재와 긴 호흡의 글을 요구했다면 인스타그램 안에서는 흥미를 끄는 문구 한 줄, 사진 한 장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독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댓글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으며 투표나 공유하기 등 SNS상의 기능을 활용해 독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을 통해 인스타 매거진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매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반 잡지처럼 에디터들이 직접 글을 쓰고 취재해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아워익스프레스>




알수록 빠져드는 인스타 매거진 세계

인스타 매거진의 성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일간지처럼 여러 분야의 정보를 콘텐츠로 재가공해 빠르게 전달하는 경우다. 웹매거진으로 출발해 국내 인스타 매거진의 시초가 된 ‘아이즈매거진’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110만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 계정은 사회, 연예, 스포츠, 일상 등 여러 분야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한다. 10명이 넘는 에디터가 매일 25~30개의 게시물을 업로드하며 인스타그램의 속성을 적극 활용한 매거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오디오씨 매거진’, ‘아트아트’, ‘글로우업 매거진’ 등이 문화와 일상 속 정보를 공유하며 인스타 매거진의 선발 주자가 되었다. 


두 번째는 기존의 잡지처럼 다양한 주제를 정해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독자적인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경우다. 14만 팔로워를 보유한 ‘아워익스프레스’는 여러 분야의 주제를 매력적인 제목으로 엮어내며 에디터들이 직접 글을 쓰고 인터뷰를 진행해 콘텐츠를 만든다. ‘우리는 왜 일기를 쓰는가’, ‘서울 바깥에서 사는 사람들’, ‘사랑을 할 때 알게 되는 것들’ 등의 주제로 공감을 일으킨다. 특히 <비전공자 시리즈>에서는 매달 새로운 분야를 선정해 잘 알려진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자를 인터뷰이로 모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산책도 책이다> 시리즈는 단순히 좋은 책방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아닌 동네마다 책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색다른 코스를 전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음악과 영화 중심의 문화예술 매거진 ‘공육공’도 눈여겨볼만 하다. 3명의 에디터가 모여 운영하는 이 계정은 긴 분량의 비평과 인터뷰 글을 이미지와 함께 구성해 지루하지 않게 읽힐 수 있도록 만든다. 개성 넘치는 표지 디자인도 흥미를 끄는데 한몫한다. 이들은 더 길고 자유로운 글을 쓰기 위해 최근 종이잡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인스타 매거진으로 출발해 종이잡지로 이어진 이러한 과정은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역행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예술 매거진 <공육공>은 인스타 매거진을 시작으로 종이잡지 발간까지 이어졌다.




마지막은 운영자의 취향에 따라 한 가지 분야만을 다루는 인스타 매거진을 들 수 있다. 인스타 매거진이 급부상한 데에는 바로 이 경우가 큰 역할을 했다. 취향이 곧 마케팅이 되는 시대에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매거진 콘텐츠들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고, 이는 곧 지속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시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는 ‘포엠매거진’부터 국내외 뮤지션 소식과 주제별 노래를 추천하는 음악 매거진 ‘어제오늘내일’, 영화를 수집하고 아카이빙하는 ‘컬러즈’, 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빵 전문 매거진 ‘빵모닝’, 전국의 수영인들을 대상으로 수영에 대한 독특한 콘텐츠를 전하는 ‘NewDoingSwim’,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허덕구’ 등 어떤 취향이든 인스타그램 안에는 없는 게 없다. 


1년에 시집만 70권 가까이 읽는다는 ‘시 덕후’가 운영하는 ‘포엠매거진’은 특유의 재치 있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거진 중 하나다. 미니백일장을 상시로 열어 구독자들이 직접 쓴 문장을 모아 매거진 형태로 소개하기도 한다. 보통 시나 문학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에 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독자 참여 이벤트를 활발히 하며 팝업스토어나 독서 모임 등도 열고 있다. 이처럼 인스타 매거진을 계기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기회도 점차 열리고 있다. 빵 전문 매거진 ‘빵모닝’은 빵정모와 빵번개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꾸준히 열며 구독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시도했다.



'시' 전문 인스타매거진 <포엠매거진>




유행이 아닌 지속성있는 매체로

갈수록 인스타 매거진의 세계가 넓어지는 만큼 따라오는 과제도 있다. 몇몇 개성 있는 채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매거진 콘텐츠들이 비슷한 콘셉트로 운영되는 점은 아쉽다. 많은 매거진 계정들은 사진의 하단에 제목을 더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미지가 비슷비슷한 탓에 일부 계정들은 게시물만 보고 어떤 채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다양한 인스타 매거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 문제 또한 화두다. 인스타 매거진은 외부 이미지나 글을 활용해 2차 가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바로 세우는 과정도 중요하다. 기존 자료를 활용할 때는 사전 허가를 받거나 출처를 표기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속성이다. 여러 디지털 매체가 유행 따라 생겨나고 사라졌듯 인스타 매거진은 한순간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조회 수나 좋아요를 위한 양산형 콘텐츠가 아닌 진정성 있는 콘텐츠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경제적 여건도 빠질 수 없다. 인스타 매거진은 정해진 수익 구조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광고가 수익의 기반이 된다. 다만 광고 협업은 콘텐츠 고유의 가치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나간다면 인스타 매거진은 디지털 시대 텍스트의 가치를 새롭게 전하는 매력 있는 매체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