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새로운 매체의 발견  2025.9월호

고향을 향한 마음, 호남 로컬 매거진을 만들다

거시기 매거진 ㅣ 운영자 김기훈


우리 가까이, 지역 이야기를 담다


문화저널은 앞서 언급한 과제들을 고민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수많은 장르와 취향을 다루는 인스타 매거진의 홍수 속에서 이들이 주목한 이야기는 ‘지역’이다. 내가 사는 곳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떠나왔지만 고향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지역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특정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로컬 매거진으로는 2018년부터 운영해온 ‘성수교과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지역을 다루는 인스타 매거진은 다른 분야에 비해 여전히 많지 않다. 지역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우리 지역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고 있는 인스타 매거진을 소개한다. 





@geosizine



무언가 생각나지 않거나 표현하기 어려울 때, 전라도 사람이라면 ‘거시기’가 먼저 튀어나온다. 이 마법 같은 단어 하나면 모든 의미가 다 통하기 마련이다. 호남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거시기 매거진’은 이름처럼 전라도의 모든 걸 담아보겠다는 포부로 출발한 로컬 인스타 매거진이다. 지역의 크고 작은 소식은 물론 ‘전라도 지역별 단골멘트 모음’, ‘전라도 청년 인구 비율 순위’, ‘거리뷰로 본 동네의 변화’, ‘죽기 전에 가야 하는 전라도 명산’ 등 이 동네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들을 다룬다.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들은 댓글창을 순식간에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2024년 1월 개설 이후 벌써 3만 6천여 명의 팔로워가 모였다.


거시기 매거진의 운영자 김기훈 씨의 고향은 전주다. 대학에 가면서 타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금도 서울에 살고 있다. 긴 시간 서울살이를 해온 그가 어쩌다 전라도 로컬 콘텐츠를 만들게 된 걸까. 거시기 매거진은 고향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으로부터 탄생했다.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고향에 애착이 되게 강한 편이거든요. 관심도 많고요. 지금도 2주에 한 번씩은 전주에 내려가고 있어요. 언젠가는 여기에 일자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는데요. 저도 고향을 떠난 지 10년이 넘다 보니 막상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죠. 고향에 대해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첫 출발이었어요.”




지역인들에게 공감과 소통의 장이 되는 댓글창




오래 전부터 지역과 연결된 일을 고민하던 그는 먼저 지역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으로 SNS 계정을 열었다. 채널 운영에 특별한 기준을 정해놓진 않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적어도 1개, 많게는 5개 이상의 소식을 꾸준히 업로드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지역매체를 통해 아이템을 찾고 직접 팔로워들에게 제보를 받기도 한다. 서울에 살며 접하는 이슈들과 관련된 키워드를 호남 지역과 붙여 검색해보는 일도 함께한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발굴하는 그만의 방법이다. 


“계정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면, 무엇이든 포장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글재주도 없고 특별한 디자인도 없이 그냥 짧게 쓰거든요. 근데 오히려 직설적이고 간결하게 써줘서 좋다고 평가해 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제는 그게 저만의 스타일이 된 것 같아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제품 판매 관련 사업을 해오며 SNS를 자주 활용해왔다. 그 경험이 인스타 매거진을 시작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이전에 운영하던 사업체를 현재는 정리하고 있어 인스타 매거진 운영이 이제는 본업에 더 가까워졌다. 계정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며 광고 수익이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채널 자체의 수익 외에도 거시기 매거진을 통해 또 다른 기회들이 열리고 있다. 지역 내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비롯해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지며 현재 김제시 공식 인스타그램의 콘텐츠 제작도 함께하고 있다. 


“본업을 활발하게 할 때도 마음은 매거진에 많이 기울어 있었어요. 이제는 인스타 매거진 운영이 저의 본업이라 여겨지기도 하고요.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어쨌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까 갈수록 재밌더라고요. 이걸로 뭔가를 더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어요.”





그는 거시기 매거진의 영향력을 발판으로 많은 청년들이 지역으로 향하길 바라고 있다.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나 디지털 노마드 청년이라도 고향에 돌아가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올해 안에 적어도 10명은 전북권에 보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최근 재미난 일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 사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에 ‘서울에 사는 전라도 분이 있다면 커피를 사드립니다’ 게시물을 올렸다. 과연 연락이 올까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첫날에만 100명이 넘게 연락이 왔다. 장문의 메일을 적어 의견을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정말 많은 분이 나를 보고 있구나 실감하면서 그날 만감이 교차했어요. 한편으로는 100명을 다 만나려면 커피값만 100만 원 넘게 나오겠구나 생각했죠.(웃음) 서울에 있지만 뭔가가 갖춰지기만 하면 전라도로 내려갈 사람은 꽤 많다는 걸 그때 확인했어요. 실제 두 분을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장의 해결책을 구하진 못했어도 좋은 만남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자신의 고향, 지역을 살리고픈 그의 목표는 거시기 매거진이 오래 지속되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채널을 키워가며 지속성을 지켜갈 계획이지만, 인스타그램 역시 SNS 시장에서 점유율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에 다른 형태의 매거진도 미리 고민하고 있다. 지금보다 수익이 더 생긴다면 웹사이트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또 다른 ‘거시기 매거진’을 선보이고 싶은 바람이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