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_한지가헌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고 한다.
긴 세월을 견디는 한지 고유의 가치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표현만으로도 한지의 존재는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디지털이 종이를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옛것’으로 통하는 한지는 천년을 고사하고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지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한 때.
힘을 잃어가던 한지가 최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3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에 대한 등재를 공식 신청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2026년 12월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일본의 전통 종이 화지와 중국의 선지는 이미 10년도 더 앞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바 있다. 그러니 한국 고유의 전통기법과 장인 정신, 한지만의 독창성과
독보적인 기능을 고려하면 한지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늦어도 너무 늦은 셈이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재료로, 장인의 정교한
손기술이 만들어내는 한국의 종이다. 1900년대 러시아에서
쓴 보고서 『한국지』에서는 한지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종이는 섬유를 빼어 만들어 지질이 서양 종이처럼
약하지 않으며 어찌나 질긴지 노끈을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종이에 결이 있어 그 결을 찾아 찢지 아니하고는 베처럼 찢어지질 않는다.’
한지에 관해 전해지는 많은 기록들은 이처럼 한지의 질기고 단단한 특징을
우수한 점으로 꼽는다. 보존성과 실용성, 전통성을 두루 갖춘 덕에 기록용만이 아닌
일상의 생활용품부터 예술 활동까지 한지의 쓰임은 우리가 상상하는 종이의 영역을 넘어선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에도 전통한지 앞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있다.
원료 수급부터 전승, 산업 활성화 등 대부분의 전통문화유산이 안고 있는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나름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지만
정작 명맥을 이어가기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현실. 한지는 앞으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통한지의 현주소를 점검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그려본다.
고다인.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