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ㆍ한지의 내일  2025.11월호

“지속적 쓰임 보장하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전주한지장 강갑석


전주한지장 강갑석



사실상 전통한지가 없어질 위기에 와있으니 

전승도 의미가 없어요. 결국 전통한지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인식이 살아나야 해요.



50년 세월 전통한지를 만들어온 강갑석 장인은 앞으로 남은 한지의 수명을 5년이라 내다본다. 그만큼 한지업의 현실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한때는 공장에 직원만 5~60명을 둘 정도로 한지가 성행하던 때가 있었지만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고 기계 한지가 등장하면서, 그는 한지 만드는 일만큼 한지의 쓰임을 고민하고 연구하는데도 힘을 쏟아야했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옛날에는 별별 시도를 다 해봤어요. 학교 상장이나 졸업장부터, 태권도 단증, 자동차나 헬멧 자재, 쌀 포장지 같은 곳에 전통한지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했었죠. 그런데 몇 번 실행이 되다가 없어지고, 개발에서 그친 경우도 많았어요. 한지의 가치나 품질은 다들 알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니 상용화가 안 되는 거죠. 상장의 경우, 교육부에서 구매를 하고 학교마다 공급한다든가 이런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현실이에요.” 


한지의 상용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 결국 정책적 제도를 통해 지속적인 쓰임새를 마련하는 길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장인은 전한다. 남은 사람이라도 제대로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두는 것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회로 전통한지 산업에도 전환점이 생길까 기대를 하지만 이 역시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고, 실제 한지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와 닿는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이 이론적인 이야기를 나눠도 막상 그것들을 현장에 접목시키려고 하면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더한다. 제조 장인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쓰이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만, 그 부분은 늘 과제로 남겨둔 채 겉으로 보이는 홍보에만 집중된 현실도 고민해 볼 문제다.



 




“사실상 전통한지가 없어질 위기에 와있으니 전승도 의미가 없어요.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정작 나중에 이 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으니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어요. 결국 전통한지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인식이 살아나야 해요. 어느 나라든 문화가 없어지면 정체성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러니 이게 언젠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참 안타깝고 아쉽지요.”


장인은 전통한지만이 ‘숨을 쉬는 종이’라고 말한다. 대형 롤러를 지나는 양지는 숨구멍이 막혀버리지만 한 장 한 장 손수 떠 말리는 한지는 그 과정에서 기공이 생기며 숨을 쉰다. 보존성이 좋은 이유 역시 바로 이러한 점 덕분이다. 그저 보기에 예쁘고 매끈해서가 아닌 종이의 질긴 수명, 그 뒤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일이기에, 고된 현실에도 그는 한지의 맥을 묵묵히 지켜가고 있다.




강갑석 장인은 스물둘에 한지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2017년 전주한지장으로 선정되었으며 끊임없는 시도와 실험을 통해 일상에서 한지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흑석골과 팔복동에서 한지를 만들다가 현재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주전통한지원’을 운영하며 전통 제조 기법을 오롯이 재현해 공예·예술용 한지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