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감한지&페이퍼 대표 백철희
전주는 그나마 필방에서 한지를 취급하지만, 필방조차 없는 지역도 많습니다.
공예용과 산업용을 막론하고 다양한 한지가 존재하지만,
소비자들이 그걸 알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한지 산업은 유통과 판매 구조의 제약 속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지 대중화에 뜻을 두고 전주에서 한지를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고감한지’를 운영해온 백철희 대표는 이러한 한계 속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유통망 다변화를 모색해 왔다. 여전히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오랜 시간 한지 공장을 운영하며 ‘판매’의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경험이 지금은 외레 힘이 되고 있다.
과거 한지 유통의 중심은 서울의 인사동이었다. 한때는 인사동에만 100곳이 넘는 판매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더군다나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소비자들이 한지를 찾고 싶어도 근처에서 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공장들은 도매 단위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죠. 전주는 그나마 필방에서 한지를 취급하지만, 필방조차 없는 지역도 많습니다. 공예용과 산업용을 막론하고 다양한 한지가 존재하지만, 소비자들이 그걸 알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백 대표는 오래전부터 해외 박람회에 주기적으로 한지를 들고 나간다. 산업용 한지부터 전통 한지까지 다양하다. 장인들이 해외에 나갈 여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직접 사입해 카탈로그를 제작하기도 했다. 박람회 현장의 대부분 종이는 일본 화지다. 일본 화지는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돼 세계 시장을 점유했지만, 한국 한지는 체감상 1%도 안 되는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한지의 용도는 무한하다. 여전히 서예나 공예용 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된다. 특히 고감한지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한지의 물성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맞춤형 제작을 진행한다. 목적에 따라 두께, 질감, 강도 등을 달리해 생산한다. 한 유럽 바이어가 구매한 한지는 가구 리폼용으로 활용되었다. 물류 비용 때문에 국내 판매가보다 몇 배가 비싸지만, 꾸준히 팔린다. 한지의 단점으로 꼽히는 단가 문제도 구매자를 잘 찾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비싸서 안 팔린다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 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다.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고, 고감한지와 같은 일부 업체의 책임에 의존하는 구조는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일본 화지 사례처럼,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백철희 대표는 아버지를 이어 한지 산업에 몸담아 왔다. 2008년 천양산업을 설립해 한지 제작을 시작했으며, 2011년 현재의 상호로 변경한 뒤 인쇄·포장·인테리어 등 다양한 용도의 한지를 생산하며 전주 한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2025년 전북천년명가로 지정되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