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산업지원센터 책임연구원 임현아
한지 산업은 기초 연구부터 개발, 디자인,
마케팅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 처음과 끝이 빠져 있습니다.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해결하기에는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전주는 전통한지와 기계한지, 두 가지 인프라를 모두 갖춘 유일한 지역이다. 그러나 한지가 갖고 있는 오늘의 문제는 생산 보다 ‘소비’의 문제가 훨씬 더 크다. 지금 한지 산업의 고민은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보다,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A4용지처럼 일상적으로 쓰이는 종이라면 좋겠지만, 한지는 일반 종이에 비해 단가가 몇 배나 비싸다. 임현아 한지산업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결국 이 비싼 종이를 어디에 쓸 수 있을지를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한다.
“전통도 산업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산업은 대량 생산과 품질의 균일성을 전제로 하는데, 전통한지는 그게 안 됩니다. 장인들이 떠낸 한지는 한 장 한 장이 모두 다른 예술품에 가까워요. 또 한지는 완제품이라기보다는 ‘소재’에 가깝고, 이를 일반적인 산업 제품처럼 다루는 것은 무리입니다. 현대사회에 전통한지가 산업이 되는 길은 문화관광 분야와의 결합밖에는 없어요. 기계한지라도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지만, 단가와 시장성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지는 오랫동안 인테리어 소재로 쓰였다. 창호지, 벽지, 장판지 등으로 쓰이던 시절에는 한옥 문화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옥 건축이 주춤하면서 인테리어용 한지의 수요도 함께 줄었고, 벽지의 경우 실크벽지보다 가격이 높아 일반 소비자가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산업지원센터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인테리어 산업을 시작으로 포장(패키징) 산업, 한지사를 활용한 섬유 산업, 팬데믹 시기에는 한지 마스크 개발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다. 임 연구원은 한지 사용을 일정 부분 의무화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명함이나 상장에 한지를 쓰도록 권고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
연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한지산업지원센터의 기초 연구 인력은 세 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을 토대로 한 개발과 디자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예산 제약이 없다면 어떤 연구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닥나무의 DNA와 수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열악한 재정 탓에 연구 수주를 따내는 데에도 급급한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한지 산업은 기초 연구부터 개발, 디자인, 마케팅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 처음과 끝이 빠져 있습니다. 대부분 사업 예산이 개발과 디자인에 치중되어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해결하기에는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임현아 연구원은 전북대학교 목재응용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산가공제지공학으로 농업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공인 시험기관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한지산업지원센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지류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와 시험분석 등을 통해 전통한지의 생산과 품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