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태명 한글서예 퍼포먼스
지난 1월,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 공동체 종목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기록의 수단을 넘어, 문자예술로 전승되고 있는 한글서예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한글서예는 이를 계기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의 장담그기 문화’가 스물세 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외에도 한지, 태권도 등 우리 고유의 문화자원들이 연이어 유네스코 등재에 도전하고 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와 함께 어느 때보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들이 재조명될 기회다.
한지는 현재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 제출을 마치고 2026년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태권도의 등재 추진이 주목된다. 스포츠를 넘어 철학적·문화적 요소를 함께 담고 있는 태권도는 2016년 전북 무형유산으로 지정돼 지역 차원의 보호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2030년 유네스코 등재를 목표로, 먼저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과제로 삼고 있다. 작년 3월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 태권도’를 유네스코에 신청했다. 남북 공동 등재의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우리나라 태권도만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순지(사진 성일한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소리킥'
전북은 특히 앞선 문화유산들의 보존과 발달에 중심적 역할을 한 지역이다. 한글서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과 유네스코 도전은 전북에서 15회째 열어온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장담그기 문화 역시 오랜 발효음식 문화의 중심지로 꼽히는 순창과 연결되며, 전주 한지, 무주 태권도 등 전북 지자체와 관련 단체의 역할이 상당 부분 요구되고 있다.
소중한 전통 문화유산이 제대로 보존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등재 여부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전통의 복원을 넘어 전통의 재해석, 시대에 맞는 활용이 중요한 흐름이 되었다. 현대적 감각을 더해 각 문화의 정체성을 세우고 실질적인 대중화를 이끌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유네스코 등재를 하나의 계기로 삼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한 셈이다.
한지의 경우, 이미 일본의 전통 종이인 화지와 중국의 선지는 10년도 더 앞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바 있다. 중국과 몽골의 서예도 한글서예보다 먼저 등재되어 주류 예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가 가치 있다 여겨온 문화유산들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저평가해 온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나고 있는 우리의 전통유산. 그 속에 담긴 지혜와 미학을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더 깊이 질문해야 할 때다. 전통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