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북 문화예술이 남긴 것  2025.12월호

다시, 책의 시대 


2025 군산북페어



올해 문화저널은 책에 관한 이야기에 유독 오래 머물렀다. 그만큼 올해 지역 문화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책문화의 확장'이었다. 북적북적한 북페어의 풍경, 새로운 지역 책방들의 등장까지. 책은 다시 문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는 올해 전주책쾌, 군산북페어, 전주독서대전, 전주그림책도서전까지 큰 행사가 이어지며 지역 곳곳에서 책을 둘러싼 움직임이 활발했다. 군산북페어는 동네책방들이 힘을 모아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고, 올해 두 번째 행사도 많은 방문객을 모으며 자리 잡았다. 전주책쾌는 예산이 줄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책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이 이를 뛰어넘으며 여전히 뜨거운 현장을 만들어냈다. 전주독서대전은 예년보다 빈약해진 프로그램에 폭우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다소 아쉬운 성과를 남겼다. 다만 전주책쾌와 독서대전 모두 해마다 관심이 커지는 것에 비해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곳곳에 새로운 책방들도 생겨났다. 각자의 주제를 기반으로 큐레이션을 구성하거나, 카페·갤러리와 함께 운영하는 등 공간의 형태가 다양해졌다. 또한 북토크와 주제별 독서모임이 활발하게 열리며, 페미니즘·생태·건축 등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모이는 소규모 모임들이 지역 커뮤니티의 새로운 형태로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책을 돌려 읽고 코멘트를 공유하는 ‘교환독서’가 등장해, 읽기의 과정이 ‘함께 즐기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자체들도 도서관을 비롯한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브랜딩에 나서고 있다. 전주는 특성화도서관 조성과 여러 책 관련 행사를 통해 ‘책의 도시’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아중호수도서관은 수변길을 따라 길게 자리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음악 특화 도서관으로, CD와 LP를 비롯한 다양한 음반을 만날 수 있으며 공연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한다.



2025 전주책쾌




‘책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지역은 고창군이다. 기존 해리면의 ‘책마을 해리’와 신림면의 ‘책이 있는 풍경’에 이어, 여러 서점이 모인 ‘서점마을’이 10월 대산면에 조성되면서 책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공간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한 ‘고창황윤석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어, 고창은 책과 건축, 지역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독서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전국적인 책문화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SNS 피드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 되는 시대, 책은 자신을 감각적으로 브랜딩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인쇄 방식, 타이포그래피, 표지 디자인 등에서 미적 취향을 보여줄 수 있고, 내용으로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철학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형적인 ‘감성’을 넘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이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전국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는 북페어다. 인터넷서점에서의 온라인 최저가보다는 작가와의 만남, 한정판 굿즈 구매 등 책을 소유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SNS에 예쁘게 꾸며진 부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공유하는 문화는 이제 ‘힙한’ 취미가 되었다. 최근 북페어 현장의 또 하나의 특징은 독립출판물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이 또한 책이 자기 표현의 수단이 되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나의 이야기’를 ‘나의 책’으로 만들며, 독자가 창작자로 전환되고 있다. 


지역 북페어의 성장, 새로운 독서모임의 확산, 책을 중심에 둔 공간과 도시 전략까지. 여러 흐름이 겹치며 ‘책의 시대’가 다른 방식으로 다시 펼쳐지고 있다. 책은 이제 하나의 문화 경험이자, 지역과 사람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