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북 문화예술이 남긴 것  2025.12월호

미디어아트로 다시 태어난 유휴공간 


고창 선운미디어갤러리



팬데믹 시기, 제주 ‘빛의 벙커’와 ‘아르떼뮤지엄’ 같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미디어아트에 대한 열풍이 시작됐다.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며 가상현실 기반 디지털 전시가 빠르게 퍼진 영향이다. 이어 AI가 창작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기반 예술 흐름은 2025년까지 이어졌다. 전북에서는 올해 미디어아트 전시관과 관련 행사가 크게 늘었다.


문화저널은 6월호에서 전주 완산벙커, 고창 선운미디어갤러리, 남원 피오리움 등 새롭게 문을 연 지역 미디어아트 공간을 소개했었다. 모두 용도를 잃고 비어 있던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역 이야기를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곳들이다. 전시관 외에도 각 지역에서 관련 축제와 행사가 늘었다.


전주문화재단은 문화도시 사업의 방향을 지역문화와 기술의 결합으로 설정하고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전통문화 기반 미디어아트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미래문화축제 팔복’에서는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비중 있게 다뤘다. 전주의 문화유산을 미디어 전시로 풀어냈고, 더 나아가 센서 반응형 전통 댄스 챌린지 등 특색 있는 미디어 콘텐츠도 선보였다. 군산은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한 근대거리 야경과 미디어아트쇼를 결합해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더했다. 익산은 황등석산 채석장의 거대한 절벽을 스크린으로 삼는 대형 야외 미디어 공연장을 꾸미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큰 화면처럼 구성해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전처럼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는 수동적 관람이 아니라, 관람객의 움직임과 반응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체험형 구조다. 이런 특성은 관람객이 작품에 쉽게 몰입하도록 만들고, 재미를 더했다. 기존 예술 장르에 비해 전연령대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라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최근 문화 생활을 SNS로 공유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사진과 영상 촬영에 최적화된 미디어아트 전시는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항상 기대나 투입 예산만큼의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만 내세우고 핵심 서사의 완성도는 부족한 경우도 많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 없이 유행을 따라가기만 하다 보니 많은 공간이 개관 초기 이후 관람객이 줄고 있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미디어아트를 도입하면서 내용보다 외형만 커지는 문제도 확인된다. 단발성 축제와 행사들 또한 저마다의 특색이 없고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아트가 일회성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각 공간의 역사와 지역 이야기를 더 깊이 반영해야 한다. 관람객이 한 번 방문하고 끝내는 구조로는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다. 새로운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선보이고, 재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미디어아트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문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