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북 문화예술이 남긴 것  2025.12월호

별이 된 예술인 


최승희 명인


올해는 우리 곁을 떠난 무형유산 명인들의 소식이 유독 많았다. 지난 5월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춘향가 명예보유자인 최승희 명창이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고도의 기교와 선율, 장단을 요구하는 정정렬제 춘향가의 맥을 이어온 그는 전통 판소리를 지킨 대표 소리꾼이자 후학 양성에 힘써온 교육자였다. 특히 판소리 악보화에도 앞장서며 400여 쪽에 이르는 춘향가 악보를 완성하고, 사설집과 음반을 발매하는 등 판소리의 체계적인 정리와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신입 명장



9월에는 도 무형유산 낙죽장 보유자 이신입 명인의 부고가 전해졌다. 낙죽(烙竹)은 불에 달군 인두로 대나무의 겉면을 태워 그림이나 문양을 새기는 전통 공예기법이다. 다른 공예 분야에 비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지만 낙죽은 공예품의 품격을 더하며 그 자체로 예술성을 갖는다. 이신입 명인은 고 이기동 선자장의 아들로, 아버지로부터 부채 만드는 기술을 고루 전수받았다. 고된 과정에도 전통 방식을 고집한 그는 자신만의 기법으로 척박한 낙죽의 세계를 넓히는 역할을 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낙죽장은 한 명뿐으로, 전국적으로도 그 수가 많지 않은 현실이다. 명인이 떠나며 전북 지역 낙죽장의 맥을 잇는 일도 과제로 떠올랐다.




김무철 명인


전북 무용계를 지켜온 도 무형유산 한량무 보유자 김무철 씨는 최근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 금파 김조균 선생의 아들로 한평생 예인의 길을 걸은 그는 지역의 춤 기반을 닦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투박하면서도 넉넉한 품이 있는 춤사위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론과 실기를 모두 겸비한 무용가로, 여러 영역에서 춤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무형유산 명인 대부분이 고령자가 되며 해를 거듭할수록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존과 전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대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들이 힘겹게 지켜온 전통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도록, 작고 명인의 위상을 기리고 맥을 잇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정양 시인


올해는 문학계에서도 큰 별이 졌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원로 정양 시인이 지난 5월 31일 눈을 감았다. 1942년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을 기반으로 활동한 그는 시인이자 평론가, 교육자로서 굵직한 공적을 남겼다. 『암시랑토앙케』, 『헛디디며 헛짚으며』, 『철들 무렵』, 『까마귀떼』 등 많은 시집을 남긴 그는 소박한 시어로 민중의 삶을 그려내는 동시에 시대의 모순과 불의에 맞선 시인이었다.

 

작고 예술인들이 남긴 유산은 단순히 한 개인의 생애가 끝났음을 넘어, 후대에 의해 다시 소환되고, 재조명되며 가치를 이어간다. 그들의 남겨진 작품, 예술사적 기록과 삶은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주며 계속해서 새롭게 정의 될 것이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