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피리밴드 저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올해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단순히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닌, 수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터져 나온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체성 논란을 넘어 공공의 축제로서 근본을 되묻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 것은 조직 구조다. 축제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는 최대 11명의 위원을 두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직위원장·집행위원장·문화국장을 포함하는 단 4명으로 구성돼 있어 소수의 의견으로 축제 방향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견제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축제 성격상 다양한 계층과 성별이 참여해야 하지만, 현재 구성은 축제 규모와 공공성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수의계약(경쟁입찰 없이 특정업체와 계약)의 건수와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61건 수의계약 중에 거의 절반에 이르는 28건을 외지 업체와 계약하며 지역성도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력비 부분에서도 집행 내역 상 전북 기반 인력에게 돌아간 금액은 12.8%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경기 인력에게는 76.3%가 지급됐다.
지역성에 대한 문제는 문체부 국비 지원 사업인 '소리넥스트'에서도 나타난다. 장르별 시장 거점화 사업으로, '지역문화예술 균형발전 견인'이라는 목표와 달리 타지역 아티스트 중심으로 기획·운영되었다. 지역 예술계의 참여는 공연장 대관 제공이 전부였으며, 축제 이후 주요 프로그램은 모두 서울에서 진행되었고 지역에는 홍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문화 견인을 위한 사업이지만 실제 운영과 영향력은 서울 중심의 네트워크가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판소리 다섯바탕 '남상일의 수궁가'
최근의 논란은 11월 전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특정 부장의 ‘기본급 48.6% 인상’이었다. 타 직원들은 3% 정도 인상에 그친 상황에서 한 명의 인물만 대폭 인상된 것. 해당 부장은 현 도지사 선거캠프와 도청 대변인실을 거쳐 2024년 조직위에 합류한 인물로, 전임 행정팀장은 감사장에서 “김희선 집행위원장이 특정 인사의 인상을 직접 지시했고 문제 발생 시 도청을 통한 대응 시나리오까지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인사 체계가 객관적 기준이 아닌 사적 판단에 휘둘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직 내부의 인사 문제는 이 사건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잦은 퇴사, ‘갑질성 퇴사 압박’에 따른 노동청 분쟁 조정, 10년 이상 근속한 부장급 인력의 이탈까지 이어지며 조직문화 전반에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내부적인 반성은 없었고, 오히려 부당해고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법률자문 명목으로 자문료를 기존 1600만 원에서 3200만 원으로 올리는 행보를 보였다.
조직위원장의 직원 폭언 의혹도 축제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개막 공연 시작 직전 조직위원장 가족과 하우스어셔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욕설을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일반 관객들의 민원까지 접수됐다. 여기에 집행위원장이 축제와 무관한 가족과 지인에게 사업비로 숙박비와 티켓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도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전북 대표 공공축제다. 그만큼 조직위원회에는 운영 주체로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가져야 했다. 그러나 올해 드러난 여러 의혹과 운영 방식은 과연 그 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도 감사위원회가 축제 운영 전반의 사실관계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순 감사 조치나 일부 인사 정리로 매듭지어질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가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이왕준 조직위원장·김희선 집행위원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