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북 문화예술이 남긴 것  2025.12월호

덕진공원 훼손과 정비, 그 사이


사진 김경기



덕진공원은 오래전부터 전주 시민이 편하게 찾던 쉼터였다. 연꽃이 피는 계절이면 가족이나 친구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담소를 나누었고, 단오가 되면 시원한 물맞이를 즐기려 사람들이 모여들던 곳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이 공간은 다른 이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논란은 2월에 시작됐다. 전주시는 연못 풍경을 가린다며 공원 안 나무 300여 그루를 옮기고 잘랐다. 민선 8기 들어 계속 이어진 ‘나무 정리’가 덕진공원까지 번진 것이다. 전주천 버드나무가 느닷없이 잘려 나갔던 일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공원에서 잘려 나간 나무들을 보며 또다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10월에는 문학비 문제가 이어졌다. 덕진공원 안에 있던 조형물들이 사전 안내 없이 덕진체련공원 주차장 부지로 옮겨진 것이다. 신석정·이철균·신근 시인을 추모하는 시비와, 가인 김병로를 포함한 ‘법조 3성’ 동상 등 지역 인물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만든 조형물들이다. 예고 없는 철거에 이어 주차장 한쪽에 방치된 모습까지 공개되자,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는 전주시에 항의 공문을 보냈고 소설가 이광재는 시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전주시는 덕진공원 부지 내에 ‘메모리얼파크’를 조성해 비석과 시비 등을 한곳에 모으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이 추모도 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6·25 참전용사 기념비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조형물들이 모두 한데 들어올 예정이라,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진 공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충분한 논의 없이 기존 조형물을 ‘치워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덕진공원에는 동학농민군 전봉준 장군상과 손화중·김개남 장군 추모비만이 남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12월 시작된 ‘열린광장 조성 사업'과 맞물려 있다. 총 32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덕진공원 입구에 잔디광장과 원형광장을 만드는 내용이다. 시는 덕진공원을 체류형 문화공원으로 구성하여 서학동예술마을과 한옥마을을 잇는 관광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 3성' 동상.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김홍섭 전 서울고법원장 등 전북을 대표하는 법조인 3인이다.



덕진공원의 의미와 가치를 확장하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1년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덕진공원건지산명소화 시민모임’을 만들었고, 토론회·답사·음악회·자연학교 등 다양한 공론화 활동을 이어가며 행정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이런 논의의 과정은 2013년 ‘덕진공원 전통 정원 기본계획’으로 정리됐다. 이후 연화정, 연화교·연지교, 소나무 숲, 잔디 주차장, 야호 숲 놀이터 등이 그 계획에 따라 실행됐다. 열린광장 조성이나 시비 이전은 그때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행정이 중심이 되어 급하게 일을 진행하다 보니 공원이 품어온 의미와 방향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당은 2013년 ‘덕진공원, 시민의 공간이 되기 위하여’를 주제로 수요포럼을 열었었고, 당시 치열한 논의 끝에 하나의 공통된 의견을 모았다. 공원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시간이 흐르며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새로운 덕진공원도 그러한 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과제가 남았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