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만든다  2026.1월호

만들고 전하고 읽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연결되고 있다

전주 송천동마을신문






전주 송천동의 아파트와 세탁소, 병원, 식당까지. 동네 구석구석으로 배달되는 신문이 있다. 그곳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함께 읽는, ‘송천동 마을신문’이다. 2013년 창간한 송천동 마을신문은 매월 정기적으로 발행되어 무료로 배포되는 월간 신문이다. 송천동 사람들은 달마다 이 신문을 펼치며 마을의 이야기를 만난다. 당장 어제와 오늘의 이슈, 세상에 일어난 일들을 매일 빠르게 접하며 살지만 정작 내가 사는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는 마을신문은 ‘공동체’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매체다. 중앙 언론이 담아내지 못하는, 삶과 밀착된 작은 현안을 들여다보며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공론의 장이 된다. 


기획부터 배포까지 주민 힘으로  

전주는 송천동을 비롯해 평화동과 서학동, 삼천동, 인후동 등 마을신문을 발행하는 5개 동이 연대해 마을신문전주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그러나 현재는 송천동과 평화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마을신문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천동 마을신문 역시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편집장을 맡아온 유수경 씨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는 주민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송천동 마을신문은 현재 7명의 주민 기자가 함께 만들고 있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공부한 청년, 사회운동에 앞장서온 활동가, 직장에서 사보를 담당했던 사람, 마을 미디어 교육을 통해 발을 들인 사람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이들이 함께한다. 이들은 따로 보수를 받지 않는다. 순수한 자원봉사 조직으로, 지역과 공동체의 가치를 믿으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매월 둘째 주마다 모여서 기획 회의를 연다.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공유하고 지역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시간을 거치지 않으면 좋은 신문이 나올 수 없다는 마음에서다. 직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나면 배포까지 모두 주민 기자들의 몫이다. 동네 곳곳을 발로 뛰며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신문을 만들고, 전달하고, 읽히는 모든 과정이 모여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다.



마을을 바꾸는 대안언론의 역할  

마을신문은 주로 지역의 행사 소식 등 정보 전달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송천동마을신문은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대안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다. ‘송천동 상가 공실 현황, 이대로 괜찮을까’, ‘장애인 복지, 지역에서 묻다’ 등 지역에서 크게 다루어져야할 의제는 심층적인 취재를 거쳐 연속보도하기도 한다. 실제 해결되지 않았던 민원을 기사화해 민원이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마을신문의 순기능을 경험할 땐 보람과 함께 주민 스스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마을신문은 또 다른 형태의 공동체로 연결되기도 한다. 전주공동체라디오에서 ‘송천FM 읽어주는 마을 신문’ 코너를 진행하며 기자들이 직접 기사를 읽고 취재 뒷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수경 편집장이 기획하고 마을신문 제작진들이 함께 연출한 다큐멘터리 <장애물 없는 도시>가 전국 미디어 창작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척수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며, 도시 환경에서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전했다. 신문을 만들다보면 잘 알지 못했던 마을의 이야기를 깊숙이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텍스트를 넘어 영상화하면 더욱 설득력을 갖출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그 이야기들을 라디오나 영상으로 다시 불러들이며, 주민이 주체가 되어 일구는 풀뿌리 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콘트라베이스 김한결, 기타 박원형, 트럼펫 장보석




“공동체 회복, 작은 단위의 미디어로”


유수경 편집장 

사실 공동체를 복원하는 역할로서 신문은 힘을 많이 잃었다고 봐요. 지금 시대에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역할로 가고 있죠.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면 누군가는 나서서 이야기를 해줘야 하잖아요. 그 역할을 마을신문이 하고 있는 거죠. 마을신문은 주민의 삶과 훨씬 더 밀착해있기 때문에 일간지보다도 기능적으로 우수한 면이 분명히 있어요.  


안타깝지만 갈수록 공동체 해체가 급속하게 이루어진다는 걸 느껴요.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공동체의 파괴가 심해졌어요. 한창 마을 미디어가 공동체적 기능을 할 때는 저희 마을신문 주최로 작은 음악회나 인문학 콘서트를 열기도 했거든요. 이런 기회가 있으면 주민과 직접 만나서 신문을 나눠드리고 마을신문의 가치를 알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행사들도 중단 된지가 꽤 됐어요.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둘 닫히고 있는 셈이죠. 


또, 가장 큰 어려움은 기자를 확충하는 일입니다. 인건비 지급만 안정적으로 되어도 함께할 사람을 구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그런 여력이 되지 않아요. 예전에는 후원회원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 수도 줄고 있고, 광고도 줄어서 말 그대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죠. 저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예요. 


하지만 마을과 같은 작은 단위의 미디어가 존재해야만 소통 창구가 생기고, 결국 지자체와 정부까지 목소리가 닿을 수 있어요. 마을 미디어의 역할이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아쉽습니다. 자생적인 로컬 미디어가 발굴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런 기본적인 가치들이 회복되어야 공동체의 회복에도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