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만든다  2026.1월호

함께 걷는 소리, 마을의 음악이 된 대취타

순창옥천고을취타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이면 순창 체육관 앞에 나발과 용고, 징 등을 든 어른들이 모인다. 구슬땀을 흘리며 힘찬 소리를 맞춰가는 이들의 정체는 '순창옥천고을취타대'다. 2013년 순창 어르신들의 문화생활을 북돋기 위해 만들어진 순창옥천고을취타대. 왕과 귀인의 행차 때 연주되던 대취타의 웅장한 소리는 이제 순창 사람들의 일상 속 음악이 되었다. 


단원들의 나이는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나이 제한은 없지만, 대부분 인생 경험이 풍부한 어르신들이 모여있다. 올해 팔순이 넘은 양환욱 단장은 창단멤버이기도 하다. 무거운 징을 들고서 장시간 행진해야 하는 대취타 연주를 지금도 거뜬히 소화한다. 모든 단원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고된 연습 속에서도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양환욱 단장은 공연 때마다 1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육체적 고단함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고됨조차 "우리 나이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체력 단련이자, 서로를 이해하며 친목을 다지는 귀한 시간"이라 정의했다. 연습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그는, 삶이 다하는 날까지 취타대와 함께하고 싶다는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취미로 시작한 연습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문 연주단체 못지않은 실력으로 나아갔다. 이들의 실력은 일찍이 전국 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2017년 실버문화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본 한 아나운서는 “이런 무대를 여기서 볼 줄 몰랐다”고 감탄했고,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김제지평선축제, 전주대사습놀이를 비롯해 서울 광화문광장과 어린이대공원 무대까지 오르며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양 단장의 이야기에는 단원들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노닥밴드와 함께한 취타대 공연 

양환욱 단장 

옥천고을취타대의 연습실




대취타는 '공동체'라는 의미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기도 하다.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악기가 하나의 리듬과 화음을 이뤄야 비로소 온전한 소리가 난다. 이러한 특성은 단원들에게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책임감’을 일깨운다. 서로의 눈짓과 호흡을 맞추며 소리를 쌓아가는 과정은 공동체의 감각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팀워크의 뒤에는 여러 사람의 묵묵하고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취타대를 8년 넘게 지도해온 황보석 강사는 국악 전공자로서 비전공자인 단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매주 순창을 오가며 연습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그가 이끄는 전통예술집단 ‘노닥밴드’와의 협업 공연 <사라진 경계>는 취타대의 예술적 가능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세대 간 소통을 이끈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았다.


순창문화원 역시 든든한 울타리다. 현재 취타대는 문화원 산하 단체로 운영되며, 활동에 필요한 비용과 행정 지원을 받고 있다. 문화원 관계자들의 체계적이고 세심한 지원 덕분에 40여 명에 이르는 단원 관리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박재순 사무국장은 대취타가 단순한 여가 활동 그 이상임을 강조했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일반 취미와 달리, 단체 합주를 위한 규율과 지속적인 연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박 사무국장은 관리자로서 이러한 꾸준함을 이끌어내는 과정의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단원들이 느끼는 보람과 열정이 활동의 원동력이며, 사무국은 이를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순창옥천고을취타대는 단순한 전통음악 단체를 넘어섰다. 세대를 잇고, 마을을 하나로 묶으며, ‘우리’라는 이름의 가장 따뜻한 화음을 연주하는 순창 공동체의 목소리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