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생활돌봄_식생활지원
이재철 위원장은 마을공동체란 결국 가족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가족이라고 해서 언제나 화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깝기 때문에 다투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는 ‘공동체’라는 말이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쓰인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갈등은 늘 존재한다. 그럼에도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일에 관심을 갖고, 돌보는 과정 속에서 공동체는 유지된다.
가족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밥을 먹듯, 봉곡마을의 마을회관에는 점심마다 어르신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는다. 부녀회 중 비교적 젊은 구성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부식비는 노인회에서 부담한다. 앉은뱅이 식탁에 둘러앉아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식사가 끝나면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화투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농번기에는 한 달 넘게 마을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을 식당의 문을 연다.
마을의 유일한 30대인 추지성 사무장은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건다. 안부를 묻고, 보일러 수리나 집안의 소소한 일손이 필요할 때는 밤이든 주말이든 직접 찾아가 돕는다. 어르신들이 연재 중인 진안신문 기사의 곳곳에서도 그에 대한 고마움이 전해진다. 기꺼이 손을 보태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할머니와 함께 봉곡마을에서 자라며 어른들의 도움을 받았고, 잠시 마을을 떠났다가 몇 해 전 다시 돌아왔다. 이제는 자신이 도와드릴 차례라는 것이다. 귀농 후 정착 과정에서 어르신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박후임·이재철 부부 역시, 지금은 마을 어르신들을 ‘섬긴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설명한다.
지난해 6월부터는 교회 차량을 활용한 읍내 이동 지원도 시작됐다. 진안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봉곡마을은 읍내와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다. 매번 차가 있는 젊은이들에게 부탁하는 일이 어르신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다. 매주 목요일 아침, 돌아가며 어르신들을 태우고 읍내로 나가 병원 진료와 장보기를 돕고 점심 전에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하루가 꼬박 걸리던 일이 반나절이면 마무리되니 반응이 무척 좋다.
이외에도 문화공간담쟁이 협동조합은 어르신 가구에 반찬을 나누며 끼니를 챙긴다. 최근에는 겨울을 앞두고는 집집마다 직접 찾아가 창문에 에어캡을 붙이며 한파를 대비한 일도 있었다. 봉곡마을에서 돌봄은 거창한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전화를 걸고, 누군가는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서로의 하루를 조금씩 살핀다.
다만 마을 사람들은 이 돌봄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내비친다. 지금의 돌봄은 마을에 남아 있는 젊은 사람들의 손에 많이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줄어들면, 지금처럼 서로를 챙기는 일도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이 모습이 지속될 수 있을까. 젊은 인구 유입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현재의 돌봄 시스템은 봉곡마을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고다인ㆍ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