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익는 시간  2026.3월호

도시의 이야기를 빚어 이 한잔에 담다




한 철학자는 “술은 인류의 가장 오랜 친구이자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 말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술은 늘 우리 옆에 좋은 벗이 되어주었다. 최근 취향 따라 소비하는 ‘취향의 시대’를 맞이하며 술의 역사도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그 흐름 가운데 주목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지역’이다. 


흔히 ‘오래된 것’으로 통하던 전통주의 개념은 만드는 사람과 지역에 따라 특색을 지니는 술로 그 의미가 넓어졌다. 실제 현행 법률상 전통주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 두 가지로 구분된다. 국가나 지자체에게 무형유산 또는 명인으로 지정받아 만드는 술을 민속주, 농업인이 그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드는 술은 지역특산주로 정의하고 있다. 단어 그대로 오랜 역사를 두고 전통적으로 마셔온 술만이 더 이상 전통주가 아닌 것이다. 


전통주 시장의 2막이 열리며 지역의 농산물과 이야기를 재료로 한 막걸리부터 약주, 증류식 소주, 맥주, 와인 등 다양한 주류가 이제 지역특산주, 즉 전통주로 불린다. 소규모 양조장을 무대로 한 새로운 실험, 지역 농산물 소비를 높이는 농가 소득원,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재해석된 브랜딩으로 전통주를 둘러싼 풍경은 달라졌다. 


도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전통주, 이 한잔 술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기고 있을까.




고다인ㆍ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