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익는 시간  2026.3월호

전통주 시장이 움직인다

농업과 청년, 도시의 연결


홍콩 전통주 갤러리에서 열린 전북 지역의 전통주 시음 행사. '지란지교', '흑화양조' 등 11개 양조장이 참여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농업을 살리는 힙한 문화가 되다

전통주를 정기구독하면 매달 국내에서 생산된 전통주를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전통주 구독플랫폼 ‘술담화’가 지난 2018년 시작한 최초의 전통주 구독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금지되어 있지만, 2017년부터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며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다. 현재 이 플랫폼의 구독자 수는 4만 명을 넘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은 물론, 술을 즐기는 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이 한 가지 사례로도 실감할 수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의 인기가 늘면서 최근 2~3년 사이 국내 양조장 수는 1,500여 곳으로 늘었다. 전통주를 소비하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전통주, 젊고 힙한 공간이 된 양조장은 전국의 지자체가 산업적으로도 주목하는 문화가 되었다. 지역 농가 활성화 측면에서도 전통주 산업의 성장은 반가운 일이다. 전통주는 법적으로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일반 막걸리 한 병에는 밥 한 공기 분량의 쌀이 사용된다. 쌀 소비량이 매년 줄고 있는 요즘, 막걸리와 같은 전통주는 쌀을 비롯한 지역 농산물 소비에 크게 기여하며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 <화산귀환>의 주인공 '청명'과 한영석 누룩 명인의 만남으로 6억 펀딩을 기록한 청명주. 

전통주 큐레이션/유통 플랫폼인 '대동여주도'에서 기획했다.




민속주를 뿌리로 변신 중인 전북의 술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성에 무게를 둔 다양한 전통주가 전국적으로 탄생하고 있다. 특히 전북은 오랜 역사를 지닌 이강주, 죽력고, 송화백일주, 여산호산춘, 송순주 등 많은 민속주를 뿌리로 두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한 전통술박물관을 비롯해 완주 술테마박물관, 무주 머루와인동굴 등 지역의 전통주 문화를 기반으로 한 공간들도 문을 열고 있다. 지역의 새로운 전통주를 발굴하고 홍보한다는 취지로 전북은 2024년부터 ‘올해의 건배주’를 선정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방면으로 전북 역시 전통주를 주목하고 있다. 


어느 지역이나 ‘지역특산주’하면 주로 그 지역의 상징적인 특산물을 재료로 한 전통주가 대표적이다. 전북 역시 부안 오디, 무주 머루, 장수 오미자, 진안 홍삼 등을 원료로 한 와인이나 막걸리가 지역특산주의 대표로 꼽힌다. 이후 개성 있는 전통주들이 꾸준히 뒤를 잇고 있다. 전국 4대 고구마 주산지인 익산에서는 고구마를 활용해 빚은 독특한 고구마 소주가 등장했다. 고창에서는 직접 지은 쌀로 고창의 사계절을 담아낸 사시주, 국내 최대 귀리 생산지로 꼽히는 정읍에서는 귀리를 원료로 한 전통주를 만든다. 군산의 청년 양조인들은 군산에서 수확한 보리로 만든 수제맥주를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선보이고 있다. 


지역의 전통주 시장이 넓어지며 작년 11월에는 청년 대표들이 이끄는 전북 6개 양조 브랜드가 함께한 협의체 ‘술이음’이 출범하기도 했다.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청년 양조 창업 활성화, 관광과 수출 연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북의 전통주 시장이 활발히 움직이는 만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맛과 이야기는 갈수록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