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레지던시 현주소를 읽다  2026.4월호

마을에 살고, 탐색하고, 질문하는 예술가를 모집합니다
완주문화재단 마을형 예술인 레지던시




〈완주 한달살기〉를 통해 발굴된 마을의 레지던시 공간은 6곳 정도다. 화산면의 가장 작은 마을인 수락마을에 위치한 ‘문화아지트 빨래터’, 동상면 단지마을의 ‘북스테이 동상’, 비비정마을의 이장님이 운영하는 ‘삼례문화공간’ 등이다. 평소 완주문화재단과 여러 문화사업을 함께해온 공간들이 중심이 됐다. 참여 공간이 확정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예술인을 모집해 각 공간과 매칭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름은 ‘한달살기’지만 짧게는 50일에서 길게는 100일 남짓 머무르며 예술가들은 마을과 연결된 창작 활동을 하게 된다. 


사업 초기에는 낯선 예술가가 낯선 마을에 자리 잡는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각 공간의 운영자가 마을과 예술가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하며, 2019년쯤 한달살기 사업은 모양을 제대로 갖춰가기 시작했다. 시각예술 분야부터 작곡가, 연극 단체, 안무가, 영화감독, 사진작가, 기획자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60여 명이 지난 7년 동안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른 레지던시보다도 지역과 밀착된 활동이 중심이 되는 〈완주 한달살기〉는 모집공고부터 그 목적과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덕분에 이곳에 찾아오는 예술가 대부분은 주민들과의 만남이나 새로운 작업에 거리낌 없이 호기심을 품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24년도 예술인 완주 한달살기 모집공고  

<2024 예술인 완주 한달살기>는 창작자-기획자-비평가 등 장르불문 예술인이 완주라는 특정한 지형-장소-지역에서 50일 간 머무르며 먹고-자고-배회하고-탐색하고-떠들고-놀면서 완주의 지역성-로컬리티-아니면 그 무엇을 발견하는 과정-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예술을 구실 삼아 완주 곳곳을 탐색할 수도 있고, 예술인 완주 한달살기를 기회 삼아 지역성이나 공공성에 대한 고민-넋두리-질문을 늘어놓을 수도, 로컬리티를 핑계 삼아 예술 혹은 그 언저리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방법론은 무엇이어도 좋으니 각자의 방식대로, 완주의 어느 마을에서 살고-탐색하고-발견하고-질문해볼 예술가(팀)와 기록자를 모집합니다.


자발적 연대와 공감으로 단단해지다 

〈완주 한달살기〉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 함께한 장시형 문화예술진흥팀장은 이 사업의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은 ‘환대’하는 문화에 있다고 전한다. 보통의 레지던시는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본인의 작업을 탐구하는 시간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을 깊숙이 들어가 주민들의 환대를 받고 일상을 공유하는 과정은 작가들에게도 남다른 경험을 안겼다. 이러한 환대의 기억은 한달살기가 끝난 후에도 예술가들이 완주에 머무르는 계기로 이어졌다. 완주는 특히 귀농·귀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지역으로 꼽힌다. 레지던시가 끝난 후 당장 거주지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귀촌 프로그램과 연계한 셰어하우스를 얻는 등 실제 완주에 정착한 작가들도 많다.


“여기에 오면 다들 내가 예술가로서 환대받고 존중 받는 기분을 내내 느끼고 간다고 말씀하세요. 저희가 사업적으로 무언가 요구하지 않아도, 작가들이 모여서 마을 투어를 함께하고 주민들과 워크숍을 열기도 하면서 자발적으로 연대가 끈끈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놀랍죠. 이곳 레지던시의 결과공유회는 마치 마을잔치 같은 분위기로 치러져요. 영화감독이 예술가로 참여했던 해에는 가을밤 마당에 모여서 작은 상영회를 열었는데요. 동네 어르신들이 힘을 보태겠다고 음식도 해오시고 공연도 준비하면서 그야말로 축제가 됐죠. 이런 장면들이 예술가와 주민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전했다고 봐요.”



완주한달살기 참여작가들



또 다른 형태의 레지던시를 꿈꾸다 

많은 예술가와 주민, 공간 운영자와 다정한 협력 관계를 맺으며, 예술인 한달살기 프로그램은 완주문화재단의 대표 사업이 되었다. 그러나 사업의 인기와 규모가 커질수록 예산상의 어려움에 부딪혔다. 2023년과 2024년 2년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한달살기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레지던시는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정량적 결과가 부족한 사업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예산 확보부터, 긴 시간 이끌어가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달살기’라는 이름으로는 잠정적으로 사업을 쉬어가게 됐지만, 완주문화재단은 지난해 레지던시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조성했다. 복합문화지구 일대의 과거 잠종장 관사로 쓰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예술곳간’이다. 총 3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유공간이자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활용된다. 작년 개소식을 열기 전, 한달살기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실제 이곳에서 세 달 가까이 레지던시 생활을 하며 공간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또 다른 방식의 레지던시를 운영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예술인 한달살기는 굉장히 오랜 기간 애정하며 이어온 사업이라 아쉬움도 커요. 재단 내부적으로도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소중한 경험을 많이 쌓았거든요. 정량적 성과를 떠나서, 대내외적인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휴식기를 가진 후에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달살기에 참여했던 레지던시 공간들은 지금도 운영자들을 통해 관리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문의가 오기도 해요. 저희는 언제든지 협력할 의향이 있고, 다시 준비가 되었을 때 ‘한달살기 시즌2’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한달살기 프로그램 외에도 완주문화재단은 복합문화지구 누에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모모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레지던시의 기능을 실현하고 있다. ‘모모의 작업실’은 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만을 대상으로, 월 9만원의 이용료로 일정 시간 작업실을 제공한다. 완주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예술인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역과 연결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한다고 전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