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운치는 남원 운봉읍 공안리와 산내면 부운리의 경계에 자리해있다. 덕두산-바래봉-세걸산-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만복대 북서능선의 하나에 속하는 고개다.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부운치를 비롯한 이 지리산 바래봉 일대 산행코스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랑받는 명소다. 매년 4월 말에서 5월이면 진분홍빛 철쭉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진한 녹음이, 가을에는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춘다. 겨울은 새하얀 눈꽃 능선이 펼쳐져 최고의 설경 명소로도 꼽힌다.
봄에는 특히 바래봉과 부운치 사이 구간의 철쭉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시인이 추천한 길을 따라, 완만한 부운치에 오른 후 바래봉 철쭉 군락에 안기는 길은 힘겨운 산행이 아닌 즐거운 나들이가 된다. 해마다 바래봉 자락을 환상적으로 물들이는 철쭉은 해발 500m에서부터 시차를 두고 피기 시작해 정상까지 5월 내내 장관을 이룬다. 이 기간에는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도 열려 등산객의 발길을 더욱 이끈다. 바래봉 철쭉은 유독 붉고 진하며 사람이 가꾸어 놓은 듯, 산 전체가 거대한 정원을 연상시킨다. 지대가 높고 사계가 뚜렷해 향기가 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래봉 인근에는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해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왜구를 무찌르고 대승을 거둔 황산대첩비지, 국악체험과 공연이 열리는 국악의 성지, 백두대간의 역사·문화·생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백두대간생태교육장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는 여행도 좋다. 지리산에는 1,000m 이상의 봉우리가 50여개에 이르고, 큰 산줄기가 15개에 달한다. 그 웅장한 산세가 만들어내는 여러 갈래의 길과 자연은 언제나 우리를 포근히 품어준다. 복효근 시인은 남원에서 태어나 한평생 지리산 자락에 안겨 시를 썼다. 시인의 마음을 따라, 바래봉에 오르는 길에선 그의 시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남원시 운봉읍 산덕리 뒤쪽으로 부운치를 오르는 임도가 있다. 이 임도는 잘 닦여 있다. 평소에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조용히 걷기 좋다. 낙엽송을 비롯하여 침엽수림이 우거져 있고 계곡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 부운치에 이르러 북쪽(왼쪽)으로 부드러운 산능선을 따라 걸으면 바래봉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지리산과 왼쪽으로 운봉마을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5월이면 거대한 군락을 이루어 피는 바래봉 철쭉을 보고 하산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대부분 운봉읍 용산리 허브밸리에서 출발하여 바래봉을 직행하는 길을 선호하지만 추천하는 이 길은 완만한 임도를 천천히 걸어 산 능선에 이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철쭉철이 아니어도 가파르지 않은 능선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 바래봉에 이르러서는 하산길이어서 그리 힘들지 않다.
정령치-바래봉코스
정령치-고리-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삼거리-운봉아래(용산리)

#복효근 시인
시인이자 국어 교사로 오랜 시간 활동했으며,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꽃 아닌 것 없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는 지리산 아래 살면서 산처럼 푸르고 깊은 시를 짓고 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