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예술가들은 어떤 시각으로 ‘예술활동증명’을 바라보고 있을까. 전북은 현재까지 6,700여 명의 예술가가 예술활동증명을 받았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3%는 전주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익산과 군산, 완주 순으로 뒤를 잇는다. 분야별로 보면, 수도권 지역은 음악 분야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지만 전북의 경우 미술 분야의 예술인 수가 가장 높은 것이 특징이다.
지역 안에서도 예술활동증명에 대한 인식은 높다. 대부분이 현재 해당 제도를 활용 중이거나 신청 경험을 갖고 있었다. 전북 예술인들이 체감하는 문제점은 크게 ‘절차상의 어려움’과 ‘낮은 활용도’로 나뉘었다. 제도가 시행된 초창기부터 예술활동증명을 받아온 미술 작가 김원은 최근 주변 동료들의 반려 사례를 접하며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김원 미술작가
“초창기에는 민미협 차원에서 단체로 가입을 했었어요. 그때만 해도 증명 절차가 수월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10년 넘게 작업을 해온 동료 한 명은 ‘활동명’이 본인임을 증명하라는 이유로 반려당하는 경우를 봤어요. 제도 자체는 당연히 없는 것보다 있어서 좋은 점이 많지만, 예술가의 생태를 반영해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겠죠.”

김용주 대금연주자
대금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주는 실제로 올해 갱신 과정에서 한 차례 반려를 경험했다. 그는 반려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답답함이라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보완하라’는 내용만 올뿐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문의에 답변을 기다리고, 보완하는 과정 자체에 피로도가 높다. 이는 재단 내 한정적인 인원이 모든 문의를 응대하는 소통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심의 위원에게 직접 반려 사유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사진작가 안현준은 문화예술계의 여러 문제의식에 공감해온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예술활동증명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특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신진, 원로 예술가에 주목한다. 경력이 부족한 신인 작가나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늦깎이 예술인에게는 예술활동증명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안내와 소통의 부재로 생기는 신청 과정의 문제도 제기했다.

안현준 사진작가
“제가 신진으로 증명을 받았던 당시, 대부분의 하반기 사업이 마무리되어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이 없었어요. 이후 일반으로 넘어가는 심사도 굉장히 오래 걸려서 승인을 받았을 때는 이미 상반기 사업들이 다 끝난 후였죠. 결국 자격은 있는데도 1년 가까이 사업 신청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하기정 미술작가
지난 2020년 첫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청년작가 김하윤 역시 심사 기준의 어려움보다는 증명서 발급까지 걸리는 긴 기간을 문제점으로 보았다. 미술 분야의 경우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는 작가라면 심사 기준에 어려움은 없다고 보지만, 각종 복지사업의 조건으로 증명이 필요한 상황에 발급에 최소 3개월이 걸리는 점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절차상의 문제는 결국 활용도의 문제와도 이어진다. 또한 지역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예술인들이 체감하는 활용도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문학 분야의 하기정 시인은 오래 전부터 예술활동증명을 발급해 활용 중에 있지만 갈수록 제도의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기정 시인
“저는 예술활동증명을 통해 〈예술로사업〉에 참여했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지역 예술가들이 협업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예술적으로 풀어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증명서가 주는 혜택이라면 이런 것들이 떠오르지만 그 이상 피부로 와 닿는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공연이나 전시를 할인해주는 ‘예술인 패스’ 카드도 주어지지만 개인적으로 활용해본 적은 없어요. 이 증명서가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안 된다’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결국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그렇듯 지역이라는 한계는 어디에든 작용한다고 봐요.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꼭 증명서가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예술은 이미 장르와 형식의 경계 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한 예술가의 삶을 몇 장의 서류로 판단하는 일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행정적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닌 진정으로 예술적 노동을 존중하는 복지로서, 표준화된 서류 너머 사람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는 과정이 있을 때 예술활동증명은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고다인ㆍ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