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미래유산 명판들
미래유산의 출발은 2013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서울시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놓인 근현대 유산을 알리기 위해 미래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0년 후 보물”이라 소개되는 미래유산은 국가나 시·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지 않은 모든 유·무형의 것을 대상으로 한다.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기억과 감성을 지닌 것이라면 무엇이든 미래유산이 될 수 있다. 낡은 간판을 단 가게, 동네의 오래된 골목, 옛 모습을 지켜온 서점, 정다운 추억이 깃든 시장 풍경, 도시에 전해 내려오는 오랜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을 지탱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것들을 조명하기 위한 시도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미래유산에 주목하는 지역은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전국 13개 지자체가 미래유산을 시행하고 있다. 예산 등의 이유로 아직 선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들도 많지만 전주는 가장 먼저 미래유산을 도입해 운영해오고 있다. 2015년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해 2017년 4월 조례를 제정하고 ‘전주미래유산’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미래유산은 무엇보다 시민들과 그 가치를 공유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런 취지에 맞춰 선정 과정에서도 시민의 참여가 중요시됐다. 20여 명의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전주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현장답사와 심의를 거친다. 이후 소유자가 동의하면 미래유산으로 최종 선정되게 된다.
전주는 현재 41건의 전주미래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장소에는 작은 명판이 걸려있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 전주를 상징하는 한옥 지붕 아래 완판본체로 쓰인 ‘전주미래유산’ 로고를 찾으면 된다. 60년 역사를 뒤로하고 추억 속으로 사라진 전주종합경기장 터를 비롯해, 전통 주거문화와 생활상이 남아있는 행치마을, 전주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남부시장과 삼천동 막걸리골목, 지금도 누군가의 단골가게가 되고 있는 깨배기주단과 삼양다방, 전주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거북바위,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전주의 고유한 문화자원인 한지 제조 기술이나 이거두리 설화까지. 전주를 기억하게 만드는 다양한 공간과 이야기들이 전주미래유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