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차가 만들어지기까지  2026.8월호

세상에 같은 차는 없다



고창 선운사 차밭(사진 전북특별자치도)

녹차(사진 전북특별자치도)

흑차


우리 차는 전남 보성, 경남 하동, 제주도 등을 중심으로 지금도 활발히 재배·생산되고 있다. 전북에서는 임실, 순창, 정읍 등에서 주로 차를 재배하고 있다. 40년 넘는 세월 전북의 차문화를 지켜오고 있는 이림 원장(설예원)은 임실에서 차밭을 가꾸고, 전주에서 다도 교육과 차문화 행사 등을 열며 대중에게 차를 알리고 있다. 오랜 시간 차를 공부해 온 그를 통해 더욱 넓고 깊은 차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그에게는 매일 달력과 날씨를 꼼꼼히 살피는 일이 중요한 일상이다.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화하는 계절을 잘 느껴야하기 때문이다. 차는 24절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는 4월 5일 경에 만드는 청명차를 시작으로, 그 다음 절기인 곡우에 만드는 우전차 등 15일마다 돌아오는 절기별로 다른 이름의 차를 만든다. 차는 새로 돋아난 어린잎을 따서 만든다. 5일 정도가 지나면 작은 싹들이 잎을 키우기 때문에 대체로 5일을 주기로 연하고 어린잎을 딴다. 최고급 차를 만든다면, 가장 위에 새롭게 돋아난 어린 싹을 찾아야하는 것이다. 잎의 크기가 같더라도 봄과 여름의 차는 또 맛이 다르다. 봄에는 햇빛을 조금 받기 때문에 부드러운 맛을 내지만 여름에는 똑같은 잎이라도 강한 햇볕을 견뎠기 때문에 잎이 단단하고, 씁쓸한 맛을 낸다. 차 한 잔의 맛에는 기후와 절기, 강수량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차의 종류는 몇 가지라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찻잎의 형태와 산지, 품종, 건조 및 가공 방법,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도 새로운 차가 계속해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흔히 “평생 매일 다른 차를 마셔도 죽을 때까지 모두 마셔볼 수 없고,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세분화하면 수천 가지에 이르지만, 차는 크게 나누면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한 가지 찻잎도 가공을 달리하면 색과 향, 맛의 차이를 나타내며, 녹차, 황차, 홍차, 청차, 흑차, 백차 6개 형태로 구분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다른 색깔을 나타내는 차는 발효 정도에 따라 그 차이를 갖게 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종류가 바로 녹차다. 찻잎을 따자마자 발효 없이 만드는 녹차는 투명한 푸른빛과 싱그러운 맛이 특징이다. 녹차의 가공방법에서 약간의 발효가 더해지는 황차는 맑고 부드러운 맛과 향을 지닌다. 여기서 나아가 찻잎을 완전히 발효시킨 후 건조하면 홍차가 된다. 과일향을 머금은 홍차는 진한 검붉은색을 띤다. 유럽에서는 홍차가 ‘블랙티’라 불리는 이유다. 청차는 흔히 우롱차를 말한다. 홍차와 달리 청차는 찻잎을 바구니에 넣고 흔드는 과정을 통해 풋내를 제거하고 섬세한 발효를 거친다. 이 원장은 차를 만들며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로 이 과정을 꼽는다. 바구니를 흔드는 동안 번지는 꽃향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오묘하고 달큰하다. 


흑차는 일차적으로 가공한 후 재숙성 시켜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진행되는 후발효차다. 우리에게는 운남보이차로 익숙하다. 오래될수록 부드럽고 순한 특징이 있어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백차는 찻잎을 햇빛과 바람에 오랜 시간 건조시켜 만든다. 이 원장은 백차를 이렇게 소개한다. “1년 된 것은 차로 먹고, 3년이 되면 약으로 먹고, 7년이 되면 보물이다.” 그만큼 긴 시간이 빚어내는 백차는 단아하고 순수한 차 천연의 맛이 두드러진다. 세상의 모든 차를 다 알 수는 없지만, 6대 다류를 중심으로 차의 종류를 이해하고 있으면 각각의 차가 지닌 맛과 향을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