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콘서트 그래서 했대?”
“왜? 너 장범준 좋아하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표 때문에 궁금해서 그러지. 진짜 NFT로 다 확인했대?”
“어. 사람들 일일이 대조까지 다 했다는데?”
“정성이네 정성. 근데 그게 몇 명짜리 공연인데 그게 가능해?”
“400명 규모라고 하던데.”
“음 …. 그러니까 가능했던 거 아냐?”
암표 전성시대
가수 장범준은 지난 1월, 콘서트 공연 예매를 전부 취소해서 화제가 됐다. 예매 시작 후부터 기승을 부린 암표 때문이었다. 소규모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암표가 매진되는 바람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해 뉴스를 통해서도 암표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은 500만 원,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 티켓은 400만 원 등 대중가요 콘서트부터 클래식, 스포츠 등 암표는 공공연한 문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판매 금액 사기, 아이디 옮기기, 착수금 환불 불가 등 이제는 암표를 이용한 사기 행각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가수 아이유는 부정거래 신고자에게 포상하는 ‘암행어사제도’를 시행하기도 하고, 가수 성시경은 매니저가 암표상을 적발하는 과정을 SNS를 통해 공유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다. 이런 암표의 피해자가 티켓 예약에 취약한 연령에서 피해자가 더 많을 것 같지만,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니다. 2022년 기준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암표 구매 경험에 대한 응답이 32.8%였다고 한다.
작년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브루노 마스 내한 콘서트 양도 게시글.
티켓 원가는 장당 25만원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 표를 다 쓸어가는 걸까?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든다. 돈이야 그렇다 치지만, 경쟁률 때문에 못 산다는 표를 암표상들은 대체 어떻게 그 표를 다 예매할 수 있었던 걸까? 정답은 바로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이다. 개인이 입력하고 인증해야 하는 부분을 매크로를 이용하면 수 초 만에 동시다발적으로 입력을 끝내버려 개인 신청자와 경쟁이 안 될뿐더러, 1인당 구매 제한도 가상 서버 등을 사용해 손쉽게 무력화한다. 조직적으로 암표를 구매하고 판매하는 경우는 적발이 더 어렵다. 이런 상황이니, 공연을 앞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티켓을 정가에 사기보다는 차라리 사기를 당하지 않고 2~3배 든 적당한 선에서 암표를 구매하는 게 낫다는 푸념까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개정공연법이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암표가 논란이 되자 낡은 법령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암표를 규제하는 ‘경범죄 처벌법’은 암표 매매를 ‘경기장·역·나루터·정류장’ 등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을 되파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처벌도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으로 암표를 규제하는 데 있어 실효성이 없었다. 이에 ‘공연법 개정안’을 개정, 오는 3월부터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 부정 판매 금지,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내용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분업화된 암표상을 적발하기 쉽지 않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처벌 수위도 높지 않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개정법으로 암표를 근절할 수 있을까?
NFT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최근 가수 장범준은 취소한 콘서트를 재개하며 공연 티켓을 전량 NFT를 통해 판매해 화제가 됐다.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세대에게는 오히려 제한이 많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입장 시 구매자 QR코드 인증과 더불어 신분증과 구매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고로움까지 감내해 가면서도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환영할 만한 소식이긴 하지만, 대규모 콘서트의 경우에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대형 공연이나 다른 분야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란 얘기다.
업계에서도 개정공연법이나 NFT를 통해서도 암표를 근절하는 것은 규제로만은 요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티켓 재판매를 제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연, 게임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방식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산업과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부조리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싶은 팬은 없다. 지금, 규제 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