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2024.4월호

‘뮷즈’ 열풍을 바라보며

내 방 속의 문화유산



오민정
 편집위원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근황을 나누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 지인의 소식을 전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지인이 딸에게 선물을 받았다며 김홍도의 그림 ‘평안감사향연도’ 속의 인물이 담긴 술잔 세트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술잔에 그려진 선비에 술을 따르면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물든다. 그래서 이름하여 ‘취객 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 기분 좋게 취해 졸거나 빙그레 웃을 것만 같은 취객의 모습이다. 나도 처음 술잔 판매 예약이 뜨자마자 주문예약을 하려 했지만 예약에 실패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그 근처 볼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거 하나 사자고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아쉬워하고만 있던 차에 그 소식을 보니 솔직히 정말 부러웠다.


친구와 내가 부러워했던 김홍도의 ‘취객선비 3인방 잔세트’, RM도 소장하고 있다는 파스텔 색상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몇몇 색상은 구할 수도 없다는 ‘금동대향로 미니어처’ 등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뮷즈(MU:DS)’다. ‘뮷즈’는 ‘뮤지엄’과 ‘굿즈’를 결합한 말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2022년 론칭한 브랜드이자 문화재를 활용한 굿즈를 가리킨다. 높은 인기 덕에 ‘뮷즈’는 이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되고 있을 정도다. ‘뮷즈’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브랜드를 론칭한 이래 인기에 비례하여 매출도 올라갔다. 올해 초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의 매출액은 149억 원, 국립박물관 창립 이래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취객선비 세트와 파스텔 반가사유상ㅣ사진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홈페이지



그렇다면 ‘뮷즈’는 누가 사는 걸까?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다고 하지만, 젊은 층들이 꽤 비싼 이 박물관 굿즈에 지갑을 정말 턱턱 여는 것일까?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뮷즈’는 옛날 박물관 매대에 전시되던 그런 저렴한 기념품이 아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오프라인 상품관 내국인 기준), ‘뮷즈’의 구매층은 30대 이하가 60%를 차지했다. 한때 박물관 굿즈가 중년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젊은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등장한 것이다. 온라인 판매를 감안하면 확실히 젊은 층이 주요 소비층으로 등장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어째서 젊은 층들이 이런 소비를 하는 것일까? 이러한 흐름은 젊은 세대의 ‘가치 소비’ 경향으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로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가치소비’, 즉 비싸다 하더라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젊은 소비자들에게 ‘뮷즈’는 상품에 역사를 결합할 때 신선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뮷즈’열풍을 보며 한편으로 아쉽다. ‘뮷즈’처럼 발상의 전환과 트렌드를 파악한다면 지역에도 충분히 가능성을 지닌 자원들이 산재해 있는데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새로운 시도보다는 이미 유명해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기에만 급급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뮷즈’를 보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단순히 요즘 트렌드나 그에 편승하려는 카피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화자원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현대적 콘텐츠로 구현하고 의미와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