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2024.5월호

‘넷플릭스 한정’ K-콘텐츠 전성시대

위기의 K-콘텐츠



오민정 
 편집위원


“김수현이가 출연료를 그렇게 많이 받는다며?”

요즘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보던 엄마가 뜬금없이 내게 물었다. 나도 유튜브나 가십성 뉴스에서 비슷한 내용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많이 받겠지. 톱스타잖아.”

“그래도 한 회당 출연료가 몇억씩 갈만한 가치가 있나? 너무한 것 같아.”

“엄마, ‘몸값불패’ 몰라? 그리고 사실상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은 OTT도 한몫했지 뭐.”

“그런데 왜 이렇게 요즘에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

“그건 엄마가 OTT를 안보니까 그런 거지만, 뭐 공중파 드라마가 줄긴 했지.”  


K-콘텐츠의 위기가 출연료 때문?

지금은 이른바 ‘K-콘텐츠’ 전성시대다. 그런데 K-콘텐츠 시장에 ‘이상한 빙하기’가 닥쳤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제작 후 상영하지 못한 영화는 100여 편에 달한다. 극장이든 OTT든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채 개봉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방송사와 OTT 예산이 줄어들면서 최소 30편이 넘는 드라마가 미편성 됐을 거라고 추산하고 있다. 제작 후 상영이나 편성이 되지 않으니 임금체불 문제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에 대해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가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정말, 이 위기가 단순히 배우들의 몸값이 너무 높아서일까?


넷플릭스에 ‘픽 미 업’되고 싶은 K-콘텐츠

그래서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에 목을 맨다. 기존 광고 시스템으로는 높아진 광고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OTT 서비스를 통해서라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가 단지 ‘넷플릭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토종 OTT 업체들은 투자를 축소했고, 웹드라마를 제작하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투자를 줄여가는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기회는 ‘넷플릭스’밖에 없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콘텐츠의 흥행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당연히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된 톱스타 기용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톱스타의 몸값이 오르는 것도 이러한 환경이 한몫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점점 더 ‘넷플릭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K-콘텐츠’다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만들어 왔던 ‘K-콘텐츠’의 정체성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살아남고, 만들어지는 토대가 되지 않을까?


그뿐만 아니다. 지나치게 ‘넷플릭스’에 종속되는 구조는 ‘K-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려면 콘텐츠의 저작권을 모두 넘겨야 한다. 흥행 수익도 사실상 압도적인 비율이 넷플릭스에 돌아간다. 사실상 독식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콘텐츠의 성공을 기반으로 2차, 3차 저작 및 성장을 위한 기반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를 바라봐야만 하는 구조가 안타깝다. 높아지는 제작비로 인한 애로사항도 분명히 있지만, 이 유통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K-콘텐츠’의 다양성 및 성장 기반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빙하기를 넘어

업계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빙하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아직 뛰어난 창작자와 배우가 있기에 당분간은 좋은 작품들이 계속 나올 수 있겠지만 악화하는 산업환경에서는 지금까지 어렵사리 구축해 온 ‘K-콘텐츠’의 토대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단지 몇몇 톱스타의 몸값만을 산업환경이 악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개개인의 몸값 이슈를 넘어 산업환경과 구조변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