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2024.6월호

뉴진스님이 외치는 “극락도 락(樂)이다!”

MZ 중생들도 성불하세요



오민정
 편집위원


 사고 현장ㅣ전북소방본부 제공



“뉴진스님 봤어? 뉴진스 말고, 뉴진스님. 곡 이름이 ‘극락왕생’이래! 진짜 대박이지!”

“그거 스님한테 받은 진짜 법명이래.”

“예전에 ‘절오빠’도 파격적이었지만, 와 …. 이번엔 진짜 충격이다.”

“인기가 진짜 장난이 아니야. 요즘 불교 굿즈도 완전 MZ 취향 저격이라 

 오죽하면 ‘무소유 하러 갔다가 풀소유 하고 온다’잖아.”




‘뉴진스’만큼 힙한 ‘뉴진스님’의 인기

최근 ‘뉴진스님’의 인기가 그야말로 뜨겁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벌써 해외에서도 이슈가 됐다. 하지만 불교계에 아이돌급 인기를 몰고 다니는 ‘뉴진스님’은 사실 ‘진짜’ 스님은 아니다.* 바로 개그맨 윤성호의 ‘부캐’다.** ‘뉴진스님’(당시 일진스님)의 출발은 지난해 연등회부터였다. 지난해 연등회 EDM파티 동영상이 공개되자 SNS에서는 이런 반응이 일었다. ‘불교, 또 나만 빼고 재미있는 거 하네.’


지난해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최근 큰 화제가 됐다. 메인 행사였던 ‘극락도 락(樂)이다’라는 ‘뉴진스님’의 EDM파티는 역시 올해도 젊은 세대를 끌어모았다. 번쩍이는 조명 아래 ‘부처핸섬’, ‘극락왕생’ 등 불교의 교리를 재미있게 담은 노랫말과 흥겨운 EDM 디제잉 공연이 펼쳐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불교박람회의 누적 방문객은 약 10만 명,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방문객의 80%가 2030세대였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변신을 한 만큼, 젊은 신도가 줄어들고 있던 불교계 입장에서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조계종 진우 총무원장(왼쪽)과 뉴진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제공(왼쪽), 뉴진스님 굿즈




MZ, 뉴진스님에 불며들다

‘뉴진스님’의 공연 외에도 이번 박람회에서는 MZ감성을 자극한 세상 ‘힙’한 불교 굿즈들도 화제가 됐다. ‘번뇌 멈춰’, ‘깨닫다’ 등이 새겨진 티셔츠와 토우, 불상 같은 불교 굿즈들이 부스마다 완판됐다. 향냄새와 엄숙한 분위기가 아닌 EDM반주가 섞인 독송이 흘러나오는 행사장 분위기는 마치 새로운 경험과 젊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방불케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런데 MZ가 불교에 열광한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단지 이색적인 재미, 레트로와 병맛감성이 더해진 ‘힙함’ 때문에? 


EDM파티 같은 재밌는 행사, 레트로와 넘쳐나는 위트, 감각적인 디자인은 꼭 불교가 아니어도 많다. 그런데 왜 MZ들이 점점 ‘불며드는’ 것일까. 칼럼니스트 복길에 따르면, 과거 불교의 멘토들은 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가르침을 주는 존재였던 반면, 최근 ‘뉴진스님’이나 ‘꽃스님’과 같은 멘토들은 엄격함을 넘어 MZ의 불안과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 바꾸고 싶은 사회의 모습에 불교의 포용성과 수용적인 태도 또한 ‘불며드는’ 현상의 큰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파격적 변신을 수용한 불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같은 일부 불교국가들처럼 우리나라는 ‘뉴진스님’을 모욕으로 치부하지 않고, 오히려 종교가 지녀야 할 유연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불며드는’ MZ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점점 더 깨달음이나 가르침보다는 위로와 위안, 인정이 절실해지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뉴진스님_ 

2023년부터 일진스님 캐릭터로 유튜브, 방송, 행사를 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참고로 ‘일진’은 윤성호의 실제 법명이며, 그해 11월에는 조계사 오심스님을 계사로 수계하고 ‘새롭게(NEW) 나아가다(進)’라는 뜻의 ‘뉴진’이라는 법명을 새로이 얻어 이후 ‘뉴진스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캐_ 

‘부캐릭터’의 줄임말이다. 원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임의 부계정을 일컫는 단어로 쓰였으나, 방송이나 미디어 등에서 ‘실존 인물이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