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2024.7월호

유물이 돌아왔다! CD 플레이어의 귀환?

레트로는 형식일 뿐



오민정 편집위원





“CD로 음반을 낸다고? 그거 지금 들을 수나 있대?”

“그래서 CDP(CD플레이어)까지 같이 판다는데?”

“그래서 그걸 산다고?”

“야, 1시간 만에 완판됐대. 없어서 못 산대.”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신규 앨범이 소위 ‘대박’이 났다. 에스파가 지난 27일 발매한 정규 1집 ‘아마겟돈’은 CD 플레이어와 굿즈가 포함된 패키지로, 14만 5천 원이다. 하지만 이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품절 사태 이후에도 재판매 요구가 속출, 현재 3차 예약 판매가 진행 중이다. 벌써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을 얹어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어서 또 다른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 역시 다음 달 발매되는 버전을 카세트 테이프로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복고 감성이 유행이라고 해도 그렇지 난데없이 유물 취급받던 CD 플레이어와 카세트테이프가 왜 주목을 받는 것일까.


음악의 무형적 가치를 ‘실물화’하는 경험?

에스파의 소속사인 SM 관계자는 이번 CD 플레이어 버전에 대해 “앨범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음악이라는 본질을 담았다”며 “음악이라는 무형적 가치를 실물로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무형적 가치인 음악을 실물화함으로써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용적일 뿐 아니라 디자인도 과거 Y2K 감성을 재현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결국 이번 에스파 앨범의 폭발적인 인기에 CD 플레이어 패키지 판매는 성공적인 차별화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하필 레트로, 그리고 ‘실물화’일까?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하나. 2017년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GD)의 USB 음반 사건이다. 기존 CD가 아니라 USB로 발매한 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USB를 통해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받는 구조로 되어 있었던 점이 문제가 됐다. 일부 업계에서는 이를 음반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지드래곤은 SNS를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 전형적인 신규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과 사용으로 인한 갈등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2017년 당시에 이미 플랫폼과 이용 방식(다운로드-스트리밍) 등은 이미 이뤄졌었고 사실상 CD와 같은 옛날 방식의 ‘음반’은 열혈 팬들의 팬시상품이나 굿즈화 되어 있었다. 결국 플랫폼 사용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품 판매 전략의 문제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 에스파의 앨범은 양상이 오히려 반대의 양상을 띤다. 물론, 이것도 상품 판매 전략, 따로 팔기의 전략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상한 지점을 건드렸다. 무형을 ‘실물화’하는 경험.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눈부신 기술 발전을 통해 그렇게 기를 쓰고 간소하게 하려고,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것들을 다시 실체화시키는 것이다. 


‘실물화’ 이면의 욕망을 읽어야

이번 에스파 CD 열풍을 바라보며, 패키지를 구매한 대상이 아주 궁금하다. 정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으로 익숙한 MZ세대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방식이기 때문에, 무형의 음악을 ‘실물화’하는 경험 때문에 이러한 열풍이 일어났을까?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도 관련된 현상이라는 것일까? 혹은 일종의 (변형된)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욕망인가? 과연 그렇다면 어쩌면 지금의 기술 발전과 더불어 문화예술 상품과 서비스가 무형의 것으로 발전하고, 편리해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정말 이 열풍이 관계자들의 말처럼 ‘실물화’경험에 대한 욕망이라기엔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과연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어떤 담론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나라면(물론, 나는 에스파의 팬은 아니지만) 이 열풍에도 불구하고 에스파의 CDP 패키기를 구매하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이미 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세대로서 향수를 자극할 수는 있을지언정 지금의 편리함을 포기할 생각이 없을뿐더러, 아날로그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지도 않아서다. 에스파의 CDP를 구매한 사람들은 앞으로 얼마나 오래, 자주 CD를 듣게 될까? 우리는 너무 쉽게 상품화 전략을 트렌드로, 너무 쉽게 철학적 담론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씁쓸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