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2024.10월호

텍스트가 이끄는 새로운 문화

스레드의 급반등



오민정 편집위원





“또 스레드 올리시게요?”

“아, 제 스친이셨지. 음 … 요새 대세잖아요?”



우연히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스레드의 인기를 다시금 체감했다. 요즘 내 주변에서 가장 많이 쓰는 SNS는 아마도 ‘스레드’가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콘텐츠가 ‘숏폼’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최근 이례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텍스트 기반인 스레드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스레드는 지난해 출시 이후 2024년 7월 기준 월간 활성화 사용자 수가 전년동기대비 169% 증가할 정도로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레드는 출시 당시 업계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너도나도 숏폼같이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유행을 선도하는 요즘, 텍스트 기반의 밋밋한 SNS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차라리 과거 텍스트 중심의 소통이 익숙했던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면 모를까. 게다가 인터페이스도 이렇다 할 특이점이 없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구)트위터 그러니까 (현)X의 디자인을 빼다 박았다. 디자인적으로는 그다지 차별점이 없다. 실제로 나도 스레드에 처음 접속해 보고는 떠오른 생각이 ‘뭐야, 그냥 트위터잖아.’였으니. 아니 정확하게는 망가져 버린 트위터의 대체재 정도?


하지만 스레드에는 큰 장점이 하나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연동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초반에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유입이 빠르게 이뤄지긴 했다. 물론,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이후 한동안 지지부진한 성장세에 머무르긴 했지만.


'텍스트힙’이 뭐길래

그런데 한동안 잊혀져가던 스레드를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젊은 세대였다. 나도 지난해 가입만 해두고 한동안 소위 ‘눈팅’만 하던 스레드를 최근 핫하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 전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스레드를 이용하다 보니 가장 많이 마주치는 연령대는 20대와 30대였다. 최근 40대도 조금 늘어난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연령대는 저 정도인 것 같다.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문해력 논란이 있는 MZ세대가 이런 텍스트 기반 SNS에 열광한다고? 


이 이례적인 인기에 대해 오히려 고집스럽게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전개가 차별화 포인트가 되었다는 평이다. 여기에 더해 ‘텍스트힙’ 문화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텍스트힙은 ‘텍스트(text)’와 멋지고 개성 있다는 뜻을 가진 은어인 ‘힙(hip)하다’가 합쳐진 신조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해력 논란이 있는 MZ세대(혹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독서와 기록을 즐기는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독립서점에 대한 MZ세대의 높은 관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스레드는 이용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챗이자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이미지 중심인 인스타그램, 숏폼 중심인 틱톡과도 차별화되는 점이다. 다만 텍스트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페이스북과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페이스북이 장문인 데 반해 스레드는 짧은 소통과 단문 중심이라는 점, 기성세대가 쓰는 것과는 다른 SNS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구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과시적 소비와 일시적인 유행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SNS를 통한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얼마 전 ‘1,000명 이상이면 수익화 가능’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때문에 과열된 부분도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숏폼을 넘어 SNS 채널의 다양성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트렌드가 지속되기 위해

얼마 전, 나도 스레드에 내 관심사에 대한 짧은 글을 올렸다. 최근의 관심사인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내용을 올렸더니 어느새 1,000회 넘는 조회, 100개 넘는 좋아요, 16번의 리포스트와 쏟아지는 관심과 피드백을 경험했다. 요즘 왜 스레드가 대세라고 하는지, 사람들이 왜 빠져드는지 몸소 경험한 셈이다.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주기적으로 바뀌는 SNS를 바라보며 슬그머니 걱정도 든다. 텍스트힙이 일부 과시적 소비로 비춰지든 아니든 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연히, 의도치 않게 시작됐다 하더라도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유행으로 스쳐 지나가기에는 영 아깝다. 트렌드가 지속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