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팀장, 대체 요즘 애들하고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해?”
“잊으셨나 본데, 저도 이제 요즘 애들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젠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관심사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세요.”
“걔네가 관심 있는 건 진짜 박사들이더라고. 말이 안 통한다고 무시하면 어떡해?”
“요즘에는 ‘머글**력’도 존중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오히려 귀엽게 볼 때도 있다니까요.”
“‘머글력’이 뭔데?”
“음…. ‘해리 포터’는 보셨죠?”
초개인화 시대의 풍경
이제 우리 사회도 ‘초개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젊은 세대인 Z세대를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다.’, ‘예의가 없다.’, ‘젊은이다운 패기가 없다.’며 Z세대의 문화를 못마땅해하는 윗세대들을 아직도 경험한다. 누군가는 ‘꼰대’라고 생각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동감하는 지점도 있다. 역시 세대 갈등은 인류 최대의 난제인 건가 싶은 생각에 고개를 젓다가도 한편으로는 Z세대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지금은 너무 불안한 시대다. 생애주기는 흔들리고 물가는 연일 치솟는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 전망도, 인구도, 기후도 매년 ‘역대급’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물론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건 모든 세대가 같다. 하지만 호황을 겪어봤던 이전 세대와 단 한 번도 호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 Z세대의 경험은 분명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비교적 사회적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을 때 주어진 선택들과 지금의 선택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도, 라이프스타일도, 관계를 맺는 방식도 이전과 다르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오히려 Z세대보고 개인주의적이라고는 하지만 긍정적 사고와 밈이 유행(?)하는 걸 다행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청년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취미를 소개하는 행사 포스터
관계를 존중하는 Z세대
연말 연초마다 매일 쏟아지는 트렌드 전망과 분석에서는 ‘Z세대’를 ‘관심사와 취향 중심’으로 관계 맺는 세대라고 정의한다. 점점 더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되면 소통, 관계 단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걱정과 불안은 기성세대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머글력’이다.
Z세대의 관계는 취향과 관심사를 위주로 형성되지만, 그렇다고 다름을 배척하는 형태는 아니다. 오히려 어릴 적부터 취향과 관심사를 위주로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관계가 기존 세대보다 더 익숙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머글력’이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덕후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대적으로 ‘머글’일 수밖에 없다는 것, 나도 다른 분야에서는 무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존중한다는 태도다. 그래서 친절하게(?) 나의 ‘덕질***’을 소개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다른 콘텐츠 요약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Z세대에게 ‘머글력’을 발휘한다는 건, 관계를 존중하는 ‘다정함’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불안의 시대에서 어쩌면 이 ‘머글력’과 ‘다정함’이야말로 모든 세대가 Z세대에게 배워야 할 태도이자, 함께 지향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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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Generation Z)의 줄임말.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후반생부터 2010년대 초반생까지를 Z세대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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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글(Muggle)은 J. 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사나 마녀가 아닌 "보통 인간"을 지칭한다. 작가 롤링이 만들어낸 말이지만 작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반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다. 2003년도 판의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특정 기술이 부족한 사람, 혹은 어느 의미로 뒤떨어진다고 보이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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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집가'에 일부 대응되는 신조어로서 오타쿠→오덕후→오덕(덕후)→덕으로 변화해온 것에 무언가를 하다를 낮추어 말하는 "질"을 붙여 만들어진 단어다. 덕질이란 무언가에 파고드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