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전문 OTT ‘비글루’
“아니 요새 왜 이렇게 중국 드라마 같은 것들이 많이 뜨는 거지?”
“뭔데요?”
“요즘 짧은 중국 드라마 같은 것들이 자꾸 떠. ‘숏폼드라마’ 있잖아. 거기다가 광고는 또 얼마나 많은지, 어휴.”
“그냥 몇 번 지나치시면 알고리즘이 알아서 반영 안 하지 않을까요?”
“그게 말이야. 이게 완전 막장이라 너무 자극적인 거 있지. 그래서 어떨 땐 보게 돼. 되게 촌스러운 데 자꾸 보게 되니까 살짝 자존심 상하는 거 있지.”
“요즘 우리나라도 숏폼 드라마 몇 개 있는 거 같던데요?”
“응. 나도 몇 번 봤어. 스토리나 완성도나 다 월등하게 낫긴 하더라고.”
최근 플랫폼마다 ‘숏폼’(짧은 영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숏폼’은 말 그대로 길이가 짧은 형태의 콘텐츠를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틱톡, 릴스(인스타그램), 쇼츠(유튜브), 스냅챗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처음에는 짧은 텍스트형으로 시작했지만 2010년대 이후 숏폼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15초부터 몇 분 단위의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를 뜻하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숏폼 드라마’가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직관적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유행이 OTT까지 확산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OTT 소비 형태가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숏폼드라마 플랫폼으로는 ‘탑릴스’, ‘비글루’, ‘쇼타임’, ‘플레이리스트’가 대표적이지만, 이제는 기존 OTT 플랫폼에서도 ‘숏 드라마’ 전문 플랫폼을 출시했다. ‘왓챠’에서는 지난해 9월 ‘숏차’를 출시했고, ‘티빙’은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숏폼’ 서비스를 신설해 드라마와 예능을 론칭하는 등 국내 숏폼 플랫폼은 20여 개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숏폼 콘텐츠 분야로 신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SNS에서 ‘숏폼’이 대세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숏폼’이 연초부터 이렇게 회자가 되고 있는 걸까. 소비자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제작비를 쏟아부어도 편성이 어려운 기존 드라마와 달리 ‘숏폼드라마’는 제작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또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용뿐 아니라 회차마다 붙는 광고 수익, 영상에 나온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까지 연계되어 수익 창출에도 용이할 뿐 아니라 모바일 중심의 소비 패턴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시장잠재력도 나쁘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숏폼 콘텐츠 시장은 약 52조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국내시장에서도 숏폼 콘텐츠의 이용률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 타깃이었던 10대와 20대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숏폼 이용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어쩌면 ‘숏폼드라마’는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에 비해 수익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K-OTT플랫폼으로서는 현재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새해부터 연이어 ‘숏폼드라마’ 제작 소식들이 들려온다. ‘숏폼드라마’를 보며 아쉬웠던 점은 그동안 ‘숏폼’의 특성상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온통 자극적인 소재로 도배되어 왔던 점이었다. 또한 초기에는 주로 신예 배우들이나 모델을 중심으로 기용하여 어색한 연기력 등 콘텐츠의 질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기존 배우들도 ‘숏츠드라마’에 속속 진출하는 등 인기가 급증하는 만큼 다양성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콘텐츠 스토리와 제작 능력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다가오는 ‘숏폼드라마’시대, K-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IP를 기반으로 향후 콘텐츠 시장에서 다양성과 품질을 확보하고 강력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