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팀장, 혹시 DeepSeek 써봤어?”
“아니, 안 그래도 뉴스에서 난리던데, 난 아직 안 써봄. 중국거라 어쩐지 불안해서.”
“와, 이거 엄청나게 충격이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런데 이 딥러닝이 중국 정보로 다 쓰일 거라는 불안감은 있지.”
“그래서 더 무섭지 않아? 그런데 무슨 새해 인사를 ‘딥시크’로 하는 거야. 오늘 설날이라고. 일단,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일하고 있다 보니 새해인사를 안 한 줄도 몰랐구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그래요, 혹시 ‘딥시크’ 써 볼 거면 후기 꼭 알려줘.”
새해 아침부터 들이닥친 ‘딥시크 쇼크’
설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메신저가 울려 확인해 보니 ‘딥시크’에 대한 뉴스가 3건이나 도착해 있었다. 지난해부터 딥시크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지인들이 보내온 뉴스였다. 그걸 보고는 ‘이 사람들이 새해 벽두부터 왜 이렇게 유난이람.’하는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갔지만 내용을 확인해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부터 유독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충격적인 뉴스 중 하나가 바로 ‘딥시크’였던 것 같다.
사실 딥시크에 대한 조짐이 시작된 것은 2024년 크리스마스쯤이었다. 공개된 ‘딥시크-V3’는 성능도 뒤지지 않고, 가성비 측면에서는 월등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픈 AI의 GPT-4.0, 메타의 라마(Llama)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낫다는 평들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가성비’. 메타 기준으로 봤을 때, 딥시크는 고작 개발비의 1%로 비슷한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뒤이어 2025년 1월 공개한 ‘딥시크-R1’ 모델은 그야말로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는데, 바로 오픈 AI의 추론모델(o3)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임을 입증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루 만에 상한가를 달리던 AI 주가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5,890억 달러가 하루 사이 증발해 버렸고, 반도체뿐 아니라 서버업체와 같은 AI 인프라 업체들까지 주가 폭락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런 뉴스들이 연휴 동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피드에도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여튼 ‘딥시크’는 그렇게 내가 피드를 통해 새해 뉴스 중 가장 많이 본 내용 중 하나가 됐다.
요즘 해외에서 쓰는 밈
우리가 딥시크 사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딥시크’의 성과로 인해 소위 ‘현타’를 맞았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젊은 연구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의 눈부신 성과로 인해 AI 대기업들은 그동안 개발에 있어서 들어갔던 비용에 대해 증명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했다. 생성형 AI가 거대한 개발비용이 필수적이라는 믿음,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선도 국가들이 AI 분야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고 있다는 믿음이 실은 환상일 수도 있음이 드러났다.
2월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5일 개인정보위원회가 ‘딥시크’의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공식화하며 국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중국의 특유의 검열시스템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이어지며 이용자 이탈이 가속되긴 했지만, 여전히 ‘딥시크’는 위협적이다.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등장에 대해 “인공지능(AI)시장의 성숙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형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딥시크 사태를 바라보며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 메타와 오픈AI를 현타에 빠지게 했던 개발에 있어서 보여준 ‘극강의 효율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AI 모델 개발에 있어 일종의 ‘독점력’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픈AI는 그동안 AI모델 개발과 공급에 있어 사실상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해 왔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이다. 하지만 딥시크는 이러한 과정을 추론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로 AI모델을 공개하고 논문 등을 통해 개발 과정을 밝혔다.
처음 오픈AI가 챗GPT를 통해 우리에게 준 충격을 생각해 본다. 딥시크 사태를 계기로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풀려졌다고 생각했던 AI의 활용을 넘어 실제적인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여전히 AI모델(특히 거대언어모델)의 개발에 있어 막대한 자본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후발주자인 우리가 신흥 시장 강자를 욕심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대신 투자한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딥시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아니 어쩌면 이미 열어 버린 춘추전국시대의 문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