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요즘 부쩍 내가 관심 없는 게시물들이 보이지?”
“뭔데?”
“일종의 광고인데, 유난히 여성분들 사진이 많이 나오네. 관심 없는 거 보려니 좀 짜증도 나고 민망하기도 하고.”
“아 …. 아마 알고리즘 때문일걸? 혹시 관심 없냐, 그런 메시지 나오면 체크해. 근데 관심 없는 건 맞고?”
“야…. 그런데 내가 검색하지 않았는데 알고리즘 때문이라고?”
“진짜 한 번도 검색 안 했다고? 음…. 자체적인 추천 알고리즘으로, 무작위로 표시하기도 하잖아.
아니면 지인들이 검색하는 것들도 노출되는 뭐 그런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진짜? 하여튼 순 광고판이지.”
“SNS가 그렇지 뭐. 이제 SNS를 광고, 과시, 자랑질 빼고 논할 수 있어?”
“그건 그렇지.”
자기 과시의 장이 되어버린 SNS
언제부턴가 SNS는 ‘비교’와 ‘자기 과시’의 장이 됐다. 과시도 과시이지만 어쩌면 ‘연출’의 장이 됐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애초에 SNS가 의도했던 것처럼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기보다는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 틱톡, 스레드, 유튜브까지. 사실 이미지 기반이니 텍스트 기반이니 메커니즘이 다르다고 해도 정도의 차이일 뿐 관계의 연결보다는 ‘연출’과 ‘과시’의 장, 그리고 광고로 도배된 지 오래다. 나부터도 가끔 지인들의 안부와 일상을 챙기기는 하지만 SNS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처럼 ‘사람을 잇는’ 의미보다는 SNS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에 더 가까워졌다. 그런데 이런 SNS의 본래 취지를 살리겠다는 새로운 SNS 플랫폼이 등장했다. 인플루언서와 광고, 알고리즘으로 인한 콘텐츠가 전혀 없고 친구˙가족 간 소통을 중시하는 소셜 플랫폼 ‘레트로(Retro)’다.
SNS를 다시 사람 간의 연결 도구로 만들자
‘레트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존 SNS에서 보이는 요소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좋아요, 친구 수도 볼 수 없고 타인의 게시물도 탐색이 불가하다. 필터, 스티커, 편집 기능도 없고 광고와 알고리즘도 없다. 이쯤 되면 그냥 비싸게 개발할 내용을 빼고 대충 만든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미니멀 앱이 아니라 심리 설계와 UX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레트로’를 설립한 네이선 샤프는 메타와 인스타그램 출신으로 “이제 SNS에서 진짜 친구 소식을 보기 어렵다”라는 자각에서 “SNS를 다시 사람 간의 연결 도구로 만들자”라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다. 실제로 ‘레트로’의 사진 보정이나 편집 기능 없음, ‘좋아요’ 수 비공개 등은 SNS에서 ‘자기 검열’, ‘자기 연출’을 하던 요소들을 없애버린 것이다.
또한 다른 SNS와 달리 ‘레트로’는 피드 상단에 ‘내 사진첩’이 가장 먼저 보이고 다른 사람의 게시물은 탐색할 수 없다. 친구 목록도 비공개, 추천도 없다. 바로 ‘레트로’가 폐쇄형 SNS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SNS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본인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 동선으로 설계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레트로’가 기존 SNS와 가장 차별화된 점이기도 한데, 타인의 시선, 비교보다 사용자 스스로에게 집중하게끔 설계한 부분이다. 또한 ‘레트로’는 ‘좋아요’를 숨기는 대신 ‘키(KEY)’를 부여하는데, 이는 내가 열어주고 상대도 열어줘야 콘텐츠가 열람할 수 있는 양방향 프라이버시 권한을 주는 것이다. 어쩌면 이로써 SNS에서 ‘친구 관계’라는 관계성을 다시 정립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새로운 SNS의 장을 열기를
많은 사람들이 전망하듯, 기존 SNS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 중독 성향이 강해질 것이다. 아마도 주요 SNS 채널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광고 수익 증대를 위해 이용자를 더 오래 붙잡아 두고, 더 재미있고 더 중독성이 강한 방향을 유지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극적인 콘텐츠 대신 사용자 스스로에게 집중하게 하는 시선의 설계, 상업화 대신 친밀한 연결을 되살리는 연결 중심의 폐쇄형 SNS로 지금의 SNS가 가진 부작용을 덜어낼 수 있을까? 정말 사람들은 ‘레트로’를 통해 꾸밈없는 일상 기록과 연결에 만족을 느낄 수 있을까? 다른 이들의 시선, ‘좋아요’에 집착하게 되는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레트로’의 도전이 꼭 성공하게 되길 바라는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