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다온 집. 우리 회사는 집짓기의 첫 시작을 집 이름 짓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집의 이름에는 이 집이 어떤 마음으로 지어지는지가 가장 잘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집의 이름만큼은 다른 이가 아닌, 그 집에서 오래 살아갈 건축주가 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다온 집’도 그랬다. 처음 건축주 부부에게서 이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뜻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우리 가족이 다 온, 좋은 일들이 다 온.” 설명을 듣고 나니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설계자를 처음 만난 날, 부부는 자신들의 생활을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크고 화려한 집보다 아이들과 오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다이닝, 안방 같은 생활의 중심이 필요했고, 2층에는 아이들 방과 서재, 그리고 필요에 따라 다르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있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이 집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니라, 가족의 삶에 잘 맞는 집이어야 했다.
특히 부부는 아이들의 성장에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였다. 마당에 사과나무를 심고, 토마토를 키우고,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랐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익어가다 떨어지고, 낙엽이 쌓이는 시간을 지나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계절의 흐름을 배워가길 바랐다.
도시의 택지에 자리한 우리 대지는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양옆으로 이웃 건물이 가까워 사생활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땅이었다. 특히 부부는 밤이 되었을 때 집 안이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일을 걱정했다. 단독주택으로 옮기더라도 아파트에서 누리던 익명성과 안전감을 완전히 놓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집을 이웃과 단절하듯 닫아버리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 마음들 사이에서 이 집의 배치가 정해지기 시작했다. 바깥 시선을 막되, 안으로는 충분히 열린 집. 그래서 우리는 ㄷ자 배치를 택했다. 도로 쪽에서는 집 안이 바로 드러나지 않게 하고, 대신 안쪽에 마당을 두어 빛과 바람이 머물 수 있게 했다. 집은 바깥에서 보면 차분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밝게 열려 있어 가족이 바라던 삶에 가장 가까운 방식이었다.
설계안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결정해 나갔다. 현관, 거실, 부엌, 화장실, 계단, 침실, 옥상까지 공간별 장단점을 하나하나 비교하며 가족들의 생활을 대입해 보았다. 욕실 하나, 창 하나를 두고도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집에서 살아갈 가족들의 하루하루가 설계되어 갔다. 결국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가족들의 삶이 모여 집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완성된 집의 1층은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담는다. 가족들이 세상에서 지친 몸으로 현관을 들어서면, 환하게 서로를 맞이하는 거실과 주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가장 안쪽에는 안방이 놓였다. 마당과 이어지는 거실은 가족의 일상이 안과 밖으로 부드럽게 확장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과나무와 토마토, 계절마다 달라지는 마당의 표정은 가족들에게 생기를 준다.
2층은 조금 더 사적인 시간의 영역이다. 서재를 두어 가족이 책을 읽고 머무를 수 있게 했고, 아이들 방은 성장에 따라 나누어 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처음부터 고정된 기능만 부여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이 자라고 생활이 변하는 만큼 공간도 함께 달라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었다.
나는 좋은 집이란 결국 그 집이 얼마나 가족의 삶과 닮아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다온 집’은 그런 면에서 건축주 가족을 꼭 닮아 있다. 오래도록 건축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차근차근 만들어온 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계자인 우리에게도 이 집은 무척 사랑스러운 집으로 남았다.
우리다온 집의 진짜 모습은 그 이름처럼, 가족이 다 모이고 좋은 일들이 다 오는 풍경일 것이다.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다 모여 좋은 일들이 언제나 가득하기를 바란다.
강미현 건축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건축사사무소 예감을 운영하며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사는 사람의 삶과 시간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집을 고민한다. 전주시 예술상 건축부문, 전북특별자치도 건축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존엄하고 초라한』과 『집을 짓고 건축가를 만나라』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