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북페어 2024   2024.10월호

로컬 북페어의 가능성을 보다 




작년 겨울, 새로운 문학상 공모전 소식을 취재하러 갔었다. 각자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세 명의 책방지기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책방 대표들이 내놓은 이야기가 있다. “군산만의 새로운 도서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계절이 지나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군산의 책방지기들이 의기투합한 새로운 도전. ‘군산북페어’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도시가 책을 판다, 책을 탐구한다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이틀간 군산의 첫 도서전 ‘군산북페어 2024’가 열렸다. 군산 사람들에게는 시민문화회관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한 공간인 군산회관.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가 최근 새 단장을 한 이곳에서 북페어가 막을 올렸다. 변화된 공간에서, 지역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꺼낸 이번 북페어는 전국의 책덕후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개막하기도 전에 입구 밖으로 긴 줄이 이어지고 행사장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참여자와 독자들이 책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이야기꽃을 마구 피워냈다. 참 기분 좋은 북적거림이었다. 


군산북페어는 두 개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첫 번째는 ‘도시가 책을 판다’이다. 국내외 출판사와 서점, 개인 창작자 등 책과 연결된 다양한 분야의 100개 팀이 참여했다. 상업출판이든 독립출판이든, 특별한 기준은 두지 않았다. 자신의 영역에서 도서 문화를 꾸려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부스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덕분에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출판물들도 마음껏 펼쳐볼 수 있었다.




토크_우리 시대 책의 의미는?



두 번째 슬로건, ‘책을 탐구한다’에 걸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한국 문단의 역사를 써온 황석영 작가와 책을 통해 경계 없는 대화를 나누고, 박참새, 서한나, 조예은 등 지금의 새로운 책 문화를 이끌고 있는 젊은 작가들과 우리 시대 책의 의미를 탐구했다. 토크 중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책을 고를 때 저는 책의 관상을 봐요.” 많은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끄덕. 각자가 좋아하는 관상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것이다. 제목과 표지, 작가의 이름, 추천사까지. 행여 관상에 속을지라도, 내가 좋은 느낌을 갖고 골라 읽기 시작하면 어떤 책이든 좋게 읽힌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프로그램은 문학 작가들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북디자이너가 아름다운 책의 의미를 들려주기도 하고 북아티스트와 함께 바인딩 실습을 하며 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이외에도 네 명의 시인이 문학작품 속 군산의 흔적을 찾아 낭독하는 낭독회, 책과 서점, 출판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들을 선보였다. 꼼꼼히 둘러보려면 하루가 족히 걸릴 만큼 즐길 거리가 많았다. 






군산 책방들이 모여 만드는 힘 

이 모든 과정에는 군산 책방들의 노력이 있었다. 북페어의 기획과 운영은 군산의 동네책방 13곳이 모인 연합체 *군산책문화발전소가 맡았다. 지난해 9월 연합체를 구성한 후, 워크숍을 진행하고 참가자를 공개 모집하는 등 열정을 쏟았다. 이들은 군산북페어가 동시대 출판문화의 핵심을 가로질러, 중요한 것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힘을 모았다고 전한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결과 역시 빛날 수 있었다. 


이틀간 군산북페어를 찾은 관람객은 6,6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작은 동네에 오직 책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갈수록 독서량은 줄고 종이책은 죽어간다지만 여전히 책은 힘이 있다. 그 힘이 작은 지역 안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로컬 북페어로서 ‘군산북페어’의 역할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군산책문화발전소

그래픽숍, 그림산책, 리루서점, 마리서사, 봄날의 산책, 시간여행자의책방, 심리서점쓰담, 양우당, 예스트, 조용한흥분색, 종이골짜기, 군산어린이서점책봄, 한길문고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