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숨은 문화 공간을 찾는 <이 공간! 왜 몰랐지?>. 두 번째 공간은 남원 사람들의 삶이 아카이빙되는 장소, '남원다움관'(관장 권순명)이다.
남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동의 기억이 '남원다움'을 만든다면, 남원다움관은 그 기억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2019년 10월 개관했으니 올해로 5년을 맞았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라키비움 형태로 되어있는 이곳은 1층에 남원에 대한 전문 서적과 논문들을 볼 수 있는 '남원 포레스트'가 있고 2층은 근현대 남원의 골목길을 재현해놓았다. 그 시절 만화방과 다방을 재현한 '웅이네만화방'과 '흙 다방'을 비롯해 7080의 추억을 되살려낸 공간이다. 3D로 재현한 남원 근현대 거리를 인력거를 타고 여행해 보는 '인력거 체험'은 남녀노소 인기다. 남원의 시대별 행정 변천사와 행정 유물들을 전시한 '나도 공무원' 또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시실에서는 춘향제의 기억 <듣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남원은 매년 봄이면 춘향제가 열린다. 1931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92회를 맞이했으니, 남원 주민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춘향제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이번 <듣다> 전에서는 춘향제 기간 진행된 씨름대회, 그네뛰기 대회, 사물놀이 대회 등 시민 모두의 추억이 담긴 '소리'를 작은 카세트테이프와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공간 운영뿐 아니라 남원에 대한 조사과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남원기록화조사집'에서는 금동, 노암동, 향교동, 왕정동, 죽항동, 동충동과 남원역, 지리산권까지 일곱 지역의 이야기를 모았다. 여덟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남원의 대표 음식인 '추어탕'이다. 경방루, 부흥식도 등 오랜 노포 사장님들의 인터뷰를 비롯한 다양한 아카이빙 영상들은 남원다움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원다움관을 이끄는 권 관장은 남원시청 소속 공무원인 기록연구사다. 수도권에 살다 우연히 연고도 없는 남원으로 내려온 것이 2016년. 기록연구사는 지자체의 행정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권 관장은 당시 비어있던 남원 근현대사 기록에 마음이 쓰였다. 남원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야 겠다는 생각에 남원다움관을 기획하기 시작했고, 오랜 준비 끝에 2019년 10월 개관할 수 있었다.
오는 2026년에는 제2관이 신설될 예정이다. 체험 위주의 성격인 1관을 보완하기 위한 학술적인 성격의 허브다. 1층에는 소장품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수장고가 들어선다. 2층은 시각과 청각 등 오각으로 남원을 만날 수 있는 전시실로 꾸려진다. 이와 함께 '도시 타투'라는 이름의 아카이빙 시스템을 만들어 타투를 새기듯 남원에 있는 기록을 새긴다. 이렇게 모인 이야기들을 체계적으로 관리, 분류하여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권 관장은 이곳의 첫 번째 목적이 '남원 시민'이라고 말한다. 관광 도시에는 실제 거주하는 시민이 아닌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이 우선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남원다움관은 다르다. 시민들이 사랑하고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지역의 사랑방과도 같은 공간이 되는 것. 소도시의 지역 아카이빙 공간이란 이런 의미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5년, 10년 후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남원다움관이다.
근현대 기록관 ‘남원다움관’
전북 남원시 검멀1길 14 ㅣ 063-620-5671
10:00-18:00 (월요일 정기휴무)
글ㆍ사진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