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을 모았던 영화 <7번방의 선물>.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흥행을 하며 영화의 촬영지도 당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촬영지는 바로 익산의 교도소 세트장. 실제 교도소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이곳은 2005년, 전국의 유일한 교도소 세트장으로 문을 열었다. 이색적인 문화공간인 만큼 독특한 이력도 자랑한다. 이곳의 원래 모습은 학생들이 뛰어 놀던 학교였다는 점이다.
세트장이 위치한 익산 성당면에는 과거 3개의 초등학교가 있었다. 갈수록 마을의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 이 동네 역시 통폐합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한곳만을 남기고 모두 문을 닫았다. 사라진 학교 중 하나가 바로 지금의 교도소 세트장이 된 남성초등학교다. 1971년 개교한 남성초등학교는 1999년 2월 28일,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라는 이름으로 폐교되었다. 성당면에서 가장 늦게 문을 열고 제일 먼저 사라진 학교로, 슬픈 운명을 맞이할 뻔 했지만 교도소 세트장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며 지금은 가장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학교가 되었다.
지붕 정도만 보수를 한 학교 건물은 그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있다. 제일 처음 마주하는 교실은 교도소 세트장 대신 옛 교실처럼 꾸며놓았다. 실제 사용하던 낡은 칠판과 게시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교탁과 오르간까지 공간에 담긴 추억을 함께 전하고 있다. 첫 번째 교실을 지나 복도를 지나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들이 이어진다. 20년 가까운 세월 현재까지 이곳에서 촬영한 작품은 350편에 달한다. 그만큼 촬영지로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러한 상황을 계획하고 만든 공간은 아니었다. 영화 <홀리데이>를 촬영하기 위해 폐교 부지에 일회성으로 지었던 세트장이 시작이었다. 단발성으로 만든 공간이었지만 이후 촬영을 원하는 작품들이 하나둘 늘면서 오랜 시간 운영을 이어가게 되었다.
익산 교도소 세트장 내부
촬영지 중심으로 활용되던 교도소 세트장은 이제 관광 명소로도 인기다. 지난해에만 16만 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관람객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유치장과 취조실, 독방 등 평소 들여다보기 힘든 교도소 내부의 공간들을 경험하면 영화 속 장면들이 보이는 듯하다. 죄수복 체험을 비롯해, 폐교 옆 건물에는 법원을 옮겨놓은 체험 공간을 새로 마련해 즐길 거리를 더했다.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특별한 행사를 열기도 한다. 교도소 세트장을 배경으로 오싹한 스토리텔링과 홀로그램을 더한 ‘호러 홀로그램 페스티벌’이다. 덕분에 젊은 층에게도 이색적인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교도소는 흔히 혐오시설로 여겨진다. 실제 교도소와 다를 바 없는 높은 회색 담장과 철조망은 그 자체로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 걸음 밖에서 교도소라는 공간을 체험하는 일은 무섭기보다 색다르다. 오래 전 학생들이 오가던 초등학교 교실은 이제 새로운 쓰임을 얻고, 특별한 추억이 쌓이고 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