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란 작가, 신형철 평론가의 특별대담
지난 8월 30일과 31일, 두 번째 군산북페어가 열렸다. 뜨거웠던 첫 회의 열기에 이어 올해도 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다녀가며 군산회관이 북적였다. 부스 사이를 분주히 옮겨 다니며 책을 구경하는 사람들, 느긋하게 전시를 감상하는 사람들, 옹기종기 모여앉아 강연을 듣는 이들, 계단 한쪽에 아무렇게나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즐기는 풍경은 그자체로 에너지가 넘쳤다. 130여 개의 출판사와 서점, 개인 제작자, 디자이너 등이 참여한 올해는 100개 팀이 참여했던 작년보다 풍성하게 치러졌다.
축제의 외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고 세심한 변화들이 돋보였다. 올해는 본행사장과 구분된 3층에 ‘군산빌리지’를 마련했다. 군산 소재의 출판사와 책방, 로컬 크리에이터 등 12팀의 부스로 꾸민 공간이다. 군산만의 작은 책 마을처럼 형성된 이 공간을 통해 군산북페어만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느낄 수 있었다. 1회 때는 활용되지 않았던 4층에도 전시를 운영하며 볼거리를 더했다. 전시는 ‘아트 북페어 나우’라는 주제로, 국내외 아트 북페어 30여 곳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현시대 북페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자문했다.
올해는 구도심에 별도의 팝업 공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해 ‘군산시장(詩場)’이라는 이름으로 시집 팝업서점을 열었다. 문학동네시인선과 시인들의 산문, 블라인드북, DIY 키링, 나만의 시집 코너 등 ‘시와 시적인 것’으로 공간을 꾸렸다. 한쪽에는 군산북페어의 공식 굿즈와 참가사 중 10여 팀의 도서도 함께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북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군산이라는 지역을 더 넓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외의 북토크나 전시,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도 흥미로운 주제로 이어졌다. 군산북페어의 ‘프로그램’은 행사의 또 다른 중심축이기도 하다. 흔히 ’부대 행사’로 여겨지는 기존의 틀을 넘어 책을 둘러싼 담론과 논의, 문화가 활발히 교류하고 문학인, 서점인, 평론가, 디자이너, 관객이 소통하는 행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6월 신간 『안녕이라 그랬어』를 발표한 김애란 작가와 신형철 평론가가 함께한 특별대담은 100여 명의 독자가 참여하며 책에 관한 유의미한 대화를 나눴다. 동네서점, ‘요즘’ 독자, 예술 출판, 북디자인 등 풍성한 프로그램 안에서 우리는 다양한 키워드를 만날 수 있었다.
군산북페어는 군산 지역 서점들의 연합체인 ‘군산책문화발전소’의 주도로 출범했다. 군산시 도시재생과와 시립도서관, 소통협력센터가 협력하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민간의 자발적인 기획과 공공의 지원이 만나 지역 북페어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군산북페어는 출판사의 외양을 갖추지 않은 조직들을 환대하는 북페어로서 정체성을 다지고 있다. 관습 출판에 비켜서서 출판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담아내고 싶은 취지에서다. 운영원칙 역시 참여 기준에 큰 제한을 두지 않는다. 부스 참가비를 받지 않고, 연혁과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크기의 부스를 배정 받는다. 기성출판과 독립출판, 중앙과 로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일에도 집중한다고 전한다.
행사가 열리는 공간에도 나름의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 군산회관은 과거 군산시민문화회관으로 불리던 곳으로, 1989년 개관 이후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 기능을 하며 많은 시민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공간이다. 건축가 김중업의 유작으로 독특한 외관과 내부 구조를 갖추고 있어 문화적으로도 건축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이곳은 도시재생 사업을 거쳐 지난해 군산북페어를 기점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최근 전북 제1호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되어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북페어가 열리는 군산회관
군산북페어의 방향성은 ‘전국적인 로컬’을 향하는데 있다. 축제가 열리는 곳은 지역의 소도시지만 문화적 차원에서는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군산북페어의 방문객 중 절반은 군산 시민이었다. 그 밖의 지역으로는 서울이 가장 많았으며 충청, 경기, 부산,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군산을 찾아왔다. ‘전국적인 로컬’ 북페어라는 목표에 조금은 다가선 결과다.
그러나 이제 막 2회를 지난 만큼 군산북페어 앞에는 과제도 놓여있다. 힙하고 감각적인 북페어라는 호응을 얻지만, 반대로 전 세대가 섞일 수 있는 축제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실제 군산북페어의 방문객 연령대는 2~30대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넓은 세대가 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 지점이다. 또한 이번 북마켓은 작년과 비교해 도서보다는 굿즈에 편중된 느낌이 있었다. ‘출판’에 엄격한 기준을 두지 않는 대신 그 본질을 놓치지 않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