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지연 '북전주역'(2021)
봄의 절정을 지나는 4월 말에서 5월 초, 전주 팔복동에 펼쳐지는 이팝나무 철길은 최고의 명소 중 하나다. 그러나 철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우리는 뜻밖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이 멈춘 폐역 북전주역이다. 사진작가 김지연에게 이곳은 남다르게 기억되어 있다. 사진 작업을 위해 전주의 작은 골목과 일상을 기록하던 그는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작가의 사진산문집 『따뜻한 그늘』과 사진집 『전주의 봄날』에 그 풍경이 담겨있다.
북전주역은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4가에 위치한 북전주선의 철도역이다. 1968년 개업 당시 처음 지어진 이름은 역 주변 마을의 옛 지명인 감수리에서 따온 '감수역’이었다. 그러나 운영 직전 ‘북전주역’으로 명칭을 바꾼 후 쭉 이 이름이 쓰였다. 전라선 본선에 속하던 북전주역은 1981년 전라선 도심 구간이 이설되면서 여객열차의 운행을 중단하고 ‘북전주선’이라는 화물 전용 철도로 재편됐다. 팔복동 공단 안에 위치한 덕에 한동안은 호황을 누렸지만, 점차 쇠퇴의 길을 걸으며 2015년부터는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 간이역이 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낡은 건물의 모습만이 남아 있다. 북전주선은 현재도 전주산업단지의 화물 운송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철도역으로서의 시간은 멈췄지만, 철로 위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오래된 간이역은 그 자체로 우리의 추억을 건드린다. 그래서일까 전국 곳곳에는 폐역을 활용한 명소가 제법 많다. 대부분은 폐역을 새롭게 꾸며 전시장 등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북전주역은 꾸며진 공간이 아닌 과거 그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어 있는 그대로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북전주역을 찾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이었다. 전주를 사진에 담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중에 팔복동 끝자락에 주차를 하고 보니 그 건물이 바로 북전주역이었다. 그동안 나는 북전주역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20여 년 전 남광주역 사진을 찍기 위해 매일 새벽 광주까지 다니면서도 몇십 년째 살고 있는 전주의 북전주역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곳을 찾아가게 되다니! 특별한 인연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건널목에 이르렀을 때 신호음과 함께 회색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것이었다. 아직도 화물선이 그 선로로 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직 살아 있는 역인가?’하고 사무실 쪽으로 가보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북전주역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북전주역은 지금은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간이역으로, 화물이 통과하는 역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역 구내 안쪽에 붙어 있는 ‘북전주(BUG JEON JU)’라는 역 이름판은 한국철도공사가 지정한 준철도기념물이다. 대한민국 철도청에서 지은 역 중 유일하게 1970년대 역명판으로 남아 있었는데 2019년 철거되었다가 같은 해 12월 원래 디자인을 살려 새로 만든 것이다. 영어 표기 중 전북의 ‘북(BUG)’이 지금의 ‘북(BUK)’과 다르게 그 당시의 것을 따르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북전주역 간이역
전주시 덕진구 팔과정로 219-20

#김지연 사진작가
2002년 ‘정미소’를 시작으로 ‘낡은방’, ‘근대화상회’, ‘삼천원의 식사’, ‘자영업자’ 등의 개인전을 열며 주변 생활상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진안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전주 서학동사진 미술관을 운영하며 지역문화 확장을 모색해 오고 있다.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