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5월, 한껏 짙어진 푸른빛을 느끼며 걸어보자. 맑고 선선한 바람이 가볍게 몸을 스치고, 따스한 햇살이 동행하는 길. 지금 걸어야만 진가를 알 수 있는 길들이 있다. 문화저널 기자들이 함께 걷고 싶은 길 세 곳으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전주 이팝나무 철길
봄에 펼쳐지는 눈꽃터널

매년 5월이 되면 전주 팔복동 산업단지 일대는 새하얀 눈꽃터널에 안긴다. 이팝나무가 하얀 꽃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팔복동 이팝나무는 1990년대 조경수로 심어진 이후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다. 덕분에 그 크기와 밀도가 어떤 가로수보다도 압도적이고 화려한 풍경을 자랑한다. 이팝나무는 꽃이 핀 모양이 사발에 담긴 흰 쌀밥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풍성하게 개화해, 나무 전체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팝나무 철길은 안전상 출입이 제한되어 축제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올해도 4월 25~26일, 5월 1~3일 5일간 북전주선 철길에서 ‘전주 이팝나무 축제’가 열린다. 지금이 아니면 걸을 수 없는 길이니, 눈꽃이 지기 전에 서둘러 산책을 떠나야한다.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1가 263-32
익산 아가페정원
도심 가까이 선물 같은 이곳

이맘때면 익산 황등면의 숨은 명소 아가페정원에도 신록이 물든다. 3만 평에 달하는 면적에 40m가 넘는 키 큰 나무와 작은 화초들이 공존하며 길을 안내하는 아가페정원. 이곳은 원래 1970년 故 서정수 신부가 세운 노인복지시설과 함께 조성된 수목원이었다. 이후 2021년 공식적으로 민간정원으로 등록되며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메타세쿼이아 길, 철쭉 꽃길, 벚꽃 쉼터, 향나무 산책길 등 다양하게 이어지는 길은 마치 유럽의 정원에 온 듯 이국적인 풍경을 전한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공간은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이다. 800그루 이상의 나무가 장대한 숲길을 이루며 울창한 그늘을 드리운다. 5월에는 싱그러운 연둣빛 새순이 돋는 동시에 데이지, 금계국 등의 꽃이 핀다. 봄을 시작으로, 계절마다 다양한 색과 분위기를 선사하는 정원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익산시 황등면 율촌길 9
고창 운곡습지생태길
자연에 안겨 걷는 길

운곡습지를 걷는 방법은 운곡습지생태길 1코스와 2코스가 있다. 그중 생태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해 운곡서원까지 이어지는 1코스는 비교적 평이한 데크길로 이루어져 있어 누구나 걷기에 좋은 길이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한 사람씩 걸을 수 있는 최소한의 폭으로 데크길을 조성했다. 바로 옆의 습지와 나무, 꽃을 보며 걷는 길은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궁무진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운곡습지는 1997년 람사르습지로 인정됐다. 멸종위기종인 수달, 삵, 말똥가리와 천연기념물까지 83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생태연못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걸음 끝에선 운곡서원과 세계문화유산인 고창 고인돌 유적지 등도 함께 돌아볼 수 있어 학습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운곡람사르습지 자연생태공원
고창군 아산면 운곡서원길 362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