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2024.9월호

완전 '럭키문화저널'이잖앙~

'초긍정밈'을 아시나요



오민정 편집위원




“이거 너무 웃기지 않아?”


얼마 전까지 왜 멀쩡한 카톡을 두고 인스타 DM으로 자꾸 메시지를 보내냐며 투덜거렸던 내가 친구에게 깔깔거리는 이모티콘과 함께 인스타 DM으로 링크 하나를 보냈다. 영상의 제목은 ‘펠리컨적 사고’. 펠리컨이 기린, 왈라비, 카피바라, 심지어는 사람까지 먹어보겠다고 일단 부리를 갖다 대보는 시도인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그 영상 자막으로는 이런 멘트가 달렸다. ‘일단 시도함.’ 영상에서 하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마 “일단 뭐든 시도해라.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보낸 링크에 이어서 온 친구의 DM은 이러했다.


“뭐, 먹을 수만 있으면 완전 럭키비키잖아.”



'원영적 사고'가 불러온 것 

SNS를 통해 마주하는 광고나 스레드를 보면 하루에 적어도 두 세 번쯤 보게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럭키비키’다. ‘럭키비키’는 행운을 뜻하는 ‘Lucky’와 아이돌 그룹 멤버인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를 합성해 초긍정을 의미하는 합성어다. 얼마 전부터 ‘럭키비키’는 이를 일컫는 ‘원영적 사고’와 더불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는 부정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때 절망을 선택하기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이브 유튜브 채널(IVE)에서 시작됐다. 빵집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중, 바로 앞에서 빵이 다 팔렸음에도 실망하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 사람이 제가 사려는 빵을 다 사 가서 너무 럭키하게 제가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에요?”라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억지로 정신 승리를 하는 게 아니냐’라고도 하지만 긍정적 사고관을 담은 유행어가 끼치는 영향이 나쁘지도 않고, 무책임한 긍정이 아니어서 그런지 묘하게 재미도, 중독성도 있다. 




파리올림픽 사격 부분 양지인 선수의 '지인적 사고' (@Olympic 'X' 갈무리)




초긍정은 잘파세대*의 추구미**?

‘원영적 사고’ 외에도 초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뜻하는 다양한 밈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펠리컨적 사고’부터 최근 폐막한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마인드 셋도 입소문을 탔다. “괜찮아. 다 나보다 못 쏴.(예지적 사고)”,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것 아니다.(효진적 사고)”,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그렇게 잘할 수 있었다.(상욱적 사고)”. 게다가 올림픽 선수들이 보여준 성숙하고 낙관적인 태도들이 Z세대들의 ‘추구미’가 됐다. 과거 올림픽을 애국심이나 메달 경쟁에 열광하는 것으로 소비했다면, 이런 태도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올림픽을 마음껏 덕질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바꿔놨다. 


사실, 갑작스레 이런 초긍정 밈이 유행하는 것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금은 너무 불안한 시대다. 생애주기는 흔들리고 인플레이션은 치솟는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도 ‘헬조선’, ‘이생망’등의 신조어들이 유행했었는데, 갑자기 초긍정 밈이 유행하니 솔직히 약간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세뇌든 아니든 간에 ‘자살률 세계 1위’, ‘가장 우울한 사회’라는 타이틀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응원해 주고 싶다. 어차피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서 믿고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나’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초긍정적’인 사고의 유행이 우리 사회의 시선 뿐 아니라 스스로를,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를 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초긍정적’인 사고의 유행은 어쩌면 이 불안한 시대에 우리의 자연스러운 ‘자기 찾기’의 과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잘파세대_ Z세대부터 알파세대를 일컫는 신조어. 잘파세대는 1990년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의미한다.


**추구미_ ‘추구미’란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추구한다는 ‘추구’와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한자어인 ‘미(美)’를 결합한 신조어. 본인이 목표로 하는 미적 스타일이나 이미지, 감성 등을 뜻한다. 특히 ‘추구미’는 잘파세대의 효율적인 소비 행동을 나타내는데 많이 쓰이며, 목표 대상의 매력적인 외향뿐 아니라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자신의 삶과 경험에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